짜장면·삶은달걀,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임지영 기자 2012. 8. 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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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쓸쓸하고 외로울 때, 박찬일 셰프(47)는 시장에 가라고 권한다. 수산시장에 가면 삶과 죽음이 뒤엉켜 있다. 싱싱하게 살아 있는 활어지만 다 죽을 운명. 그걸 줄서서 사려는 사람이 있다. 결국 죽어서 살고자 하는 것. 그런 아수라장을 보면 사는 게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음식을 다루는 그에게 시장은 어떤 위로의 공간인 셈이다.

박 셰프의 다섯 번째 책이 나왔다. <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라는 제목처럼 음식을 통해 사람과 시절을 추억하는 에세이집이다. 수박화채·짜장면·도시락 같은 유년 시절의 음식, 이탈리아 유학 시절에 만난 이국적인 요리, 소설에서 발견한 먹을거리 등 음식과 관련된 단상을 특유의 문체로 유쾌하게 풀었다.

박 셰프는 '달걀 귀신'이다. 달걀을 무척 좋아한다. 밤참으로 삶은 달걀 다섯 개를, 아침밥엔 달걀말이나 프라이를, 그리고 찜질방의 맥반석 달걀을 즐긴다. 달걀 하나에 무궁무진한 요리법이 있다. 지금은 흔해졌지만 먹을거리가 별로 없던 시절, 달걀은 귀한 음식이었다. 기차간에서 먹는 삶은 달걀, 도시락 반찬 따위의 추억이 얽혀 있다.

ⓒ시사IN 조남진

책을 읽다보면 그의 요리 스승인 시칠리아의 주세페 바로네가 만든 토끼고기와 초콜릿 소스의 조합이 궁금해진다. 설탕이 거의 안 들어간 다크초콜릿 소스와 토끼고기의 오묘한 조화, 마성이 담긴 맛이라고 한다. 서양에는 이처럼 여러 가지 다른 맛이 있다. 박 셰프는 우리가 지나치게 감칠맛을 추구한다고 걱정이다. 그래서 화학 조미료를 많이 치게 되고 결국 우리 음식이 망가지게 되는 거라고.

그의 이탈리아 음식은 화려하기보다 자연을 닮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요리 솜씨 못지않게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푸는 말솜씨, 글솜씨도 뛰어나다. 여성지 기자를 하다 훌쩍 이탈리아로 건너가 3년간 요리를 공부한 덕이다. 신사동, 홍대 앞 등에서 박 셰프로 통하던 그가 요즘은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어떤 순간에도 음식과 함께하는 희로애락은 여전하다.

임지영 기자 /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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