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苦에.. 양육 부담에.. 중년여성들 술에 빠진다

인지현기자 2012. 7. 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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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직장서 스트레스.. 아내·엄마 역할도 커져

지난해 말 술에 취해 넘어져 얼굴 전체에 피멍이 든 김지민(여·49·가명) 씨가 서울의 한 알코올상담센터를 찾았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남편이 운영하는 가게에 나가 일하는 김 씨는 밤에는 집안일까지 도맡아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풀어왔다.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던 김 씨는 종종 정신을 잃을 정도로 폭음을 하는 습관이 들었고 어느새 알코올중독자라는 딱지를 달게 됐다.

이지선(여·40·가명) 씨 역시 매일 밤 술을 마시며 화를 내는 습관 때문에 가정이 깨질 위기에 봉착했다. 회사와 가정생활의 스트레스를 술로 풀다 보니 남편과 자주 싸우게 됐고 결국 시댁에까지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씨의 가정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지난 6월에는 술만 마시면 만취 상태에서 상습적으로 이웃집에 찾아가 망치로 문을 때리고 "불을 질러 다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을 일삼은 이모(여·51) 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직장과 가정에서 쌓인 스트레스로 알코올중독에 시달리는 중년 여성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여성 알코올중독 환자는 지난 2007년 1만266명에서 2011년 1만1786명으로 4년 새 15%가량 증가했다. 특히 40~50대 여성 알코올중독 환자는 2007년 4732명에서 2011년 5897명으로 25%나 늘어 증가세가 더 가파른 것으로 드러났다.

중년 여성 알코올중독 환자 증가는 가사는 물론 생활고와 자녀 교육까지 책임져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최호진 도봉알코올상담센터 팀장은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다 보니 직장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물론 아내와 엄마로서의 부담까지 더해져 화풀이용으로 술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갱년기까지 겹쳐 불안이나 우울증은 물론 신체적 이상징후를 호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 알코올중독 환자들은 사회적 인식 때문에 증세를 숨기는 데다가 치료 및 상담기관도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전국 6개 알코올중독 전문병원 중 여성 전용 병동이 있는 곳은 다사랑중앙병원 한 곳뿐이어서 치료 시설 부족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용진 구로알코올상담센터 소장은 "여성들은 죄책감이나 부끄러움 때문에 치료를 잘 받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의 심리적, 환경적 특성을 고려한 전문 상담 및 치료 기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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