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는 되는데 전두환은 왜 안 되나?"

송지혜 기자 2012. 7. 10. 10: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구공업고등학교 운동장 뒤편에 위치한 5층짜리 새 건물. 지난 5월30일 개관한 전두환 자료실이 들어선 곳이다. 애초 대구시 교육청은 20억원을 들여 3층 규모의 취업지원센터를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다가 대구공고 동문회가 5층으로 증축을 건의했고, 교육청이 이를 허용하면서 이 학교 출신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자료실이 만들어졌다. 동문회는 7년 동안 모은 7억1900만원을 증축 비용으로 냈다.

6월27일 오전, 기자가 찾은 대구공고 역사관에는 일주일 전만 해도 붙어 있던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 푯말이 없었다.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동문회가 6월26일 역사관 잠정 폐쇄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4층 노태우 자료실과 5층 전두환 자료실로 오르는 승강기는 잠겨 있었다. 5층으로 통하는 비상계단 철문 또한 굳게 닫혀 있었다. 한 관계자는 승강기를 타고 5층에 내리면 '자랑스러운 동문 전두환 대통령 자료실'이라는 큰 글귀와 전 전 대통령의 흉상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330㎡ 남짓한 자료실 내부에는 전 전 대통령의 학창시절 성적표와 장군 군복, 지휘도(칼) 등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동문회 사무실과 회의실 벽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이 크게 걸려 있었다.

ⓒ대구공고 동문회 제공 대구공고 역사관 개관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

역사관은 폐쇄되었어도 학교 곳곳에서 전 전 대통령을 떠올릴 수 있는 '기념품'은 쉽게 눈에 띄었다. 본관 건물로 향하는 길 좌우에는 교비 두 개가 서 있다. 두 비석에 새겨진 교훈과 격려문은 모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쓴 것이다.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나무와 본관 입구 좌우에 심어놓은 나무도 1994년 전 전 대통령의 모교 방문을 기념한 것이다. 또 본관 중앙현관에는 '모교를 빛낸 인물'로 실물보다 큰 전 전 대통령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다. 대구공고 홈페이지에서도 '모교를 빛낸 동문-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대공인'으로 전 전 대통령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관 뒤쪽에는 시가지를 바라볼 수 있는 경관 좋은 곳에 정자가 세워져 있다. '일해정'이다. 2007년 당시, 동문회장이 전 전 대통령의 호를 따 만들었다.

학교 측은 "공고를 졸업해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기념물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김진해 총동문회 회장은 "조상을 기릴 때도 과실을 들춰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동문회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이) 매년 한 차례 이상 모교를 방문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문회 사무실에 걸린 대형 액자를 통해 지난해 10월 체육대회와 지지난해 10월 '전두환 각하배 동문가족 골프대회'에 참석한 전 전 대통령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동문회 관계자는 "박정희 기념관은 국비를 들여 지으면서, 사비로 만든 전두환 자료실에 대해서만 비판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 / song@sisain.co.kr

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Live - [ 시사IN 구독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