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의사부인 사망' 미스테리로 남을까?

2012. 6. 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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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타살 증거 명확하지 않다"

"살해동기 미약…남편 출근시각도 증거로는 불충분"

그럼에도 남는 의혹…사건 직후 남편의 태도·행적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1· 2심에서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만삭 의사부인 사망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8일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가 만삭의 부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의사 A(32)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시 이뤄지는 심리에서 A씨의 유죄가 입증되지 않으면 이 사건은 범인을 밝히지 못한채 미스테리 사건으로 남게 된다.

▶1·2심을 뒤집는 대법원 판결…왜?=

대법원이 다시 심리해야 한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사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재판부는 직접적인 사망 원인을 '타인의 손에 의한 목눌림 질식사(액사)'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B씨가 목졸림에 의해 사망했다면 적어도 박씨가 넘어져 질식사 했을 가능성이 없다는 전제가 돼야 하는데, 이 부분 역시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검찰이 핵심 증거로 내놓았던 B씨의 목 부분 출혈에 대해서도 "손에 의한 목눌림 질식사서만 특유하게 발생하는 소견이 확인되지 않은 이상 사망 후 상대적으로 연약한 조직에 피가 몰려 발생한 시반 출혈이라고 볼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재판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사망 시간에 관한 의문이다. 사건 당일 남편 A씨는 오전 6시 41분 집을 나섰다. 이 시간 이전에 사망했다면 남편이 범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 재판부는 "헨스게 표(Henssge Nomogram: 직장온도로 사후시간을 측정하는 법)에 따른 사망 추정시간 역산이 부정확할 수 있음을 원심도 인정했다"며 "또한 6시41분은 출근 시간이어서 잠옷만 입은 채 발견된 것은 그 이전에 사망한 증거'라는 피해자 가족의 진술도 살인을 판단할 '결정적 요소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피고인인 남편이 아내를 살해할 동기가 미약하다고 봤으며, 남편의 출근시각도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1,2심에서 지적한 것처럼 의사 A(32)씨에게서 사건 당일과 이후의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발견되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려면 더 객관적인 증거와 치밀한 검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2의 '치과의사 모녀 피살사건' 되나

=이번 만삭의사 부인 살해사건은 부인이 의문사하고 정황상 남편이 유력한 용의자로 거론된다는 점에서 '치과의사 모녀 피살사건'과 닮아 있다.

이 사건은 1995년 불광동 모 아파트 L씨 가족의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치과의사 부인C씨(당시 31세)와 딸(당시 2세)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번 만삭 의사부인과 마찬가지로 당시 모녀는 욕조에 떠 죽은 채로 발견됐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이 발생한 날은 남편(당시 33세) L씨가 외과를 개원하는 날이었고, 당시에는 출근한 상태였다.

C씨가 사건이 있기 2년 전 J씨와 불륜관계를 맺은 사실을 L씨가 알았고 C씨와 사건 당일 개업을 앞둔 병원에 L씨의 누나가 취업하는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 측에서도 남편이 출근하기 전인 오전 7시 이전에 부인과 딸을 살해하고 범행 시간을 은폐하기 위해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시신을 물에 담근 다음, 서서히 불이 타도록 장롱에 불을 지르고 출근했다고 판단, 남편 L씨는 부인과 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모의 화재 실험 결과 남편이 출근한 7시 이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고 싸움의 소리를 들은 사람이나 목격자가 없고 지문, 혈흔 등 직접 증거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 사건은 만 7년 8개월 동안 사형-무-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돼 최종 무죄로 반전됐다.

간접증거와 정황증거는 있지만 직접증거를 확보 못해 무죄로 풀려난 것이다. 이는 초기 법의학적인 증거 수집이 미흡하여 미해결 상태에 빠진 사례로 유명하다.

A씨는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 도화동 자신의 집에서 만삭인 아내 B씨와 다투다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아 1년 4개월째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앞으로 검찰에서 추가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면 그는 대법원의 최종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사건의 열쇠는 검찰의 몫으로 남았지만,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지금, 검찰이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아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사건을 맡았던 서부지검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은 무죄라는 뜻이 아니라 피고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목 눌림에 의한 질식사'가 아닐 일말의 가능성도 남지 않도록 하라는 취지로 보인다"며 "새로운 증거를 찾기보다는 기존 공소 내용을 보다 명확하게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j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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