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일대상인 북한과 친하지 않으면 이상한 것"

2012. 6. 2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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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통일강연 하는 탈북자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탈북자 안보강연을 쉽게 들을 수 있는 시대다. 마음만 먹으면 구청에서, 시청에서, 경찰서에서 "생생한 북한생활 이야기"와 "김정일 독재체제 비판"을 하는 탈북자들을 만날 수 있다.

김형덕 제공

김형덕 소장(38)도 2005년부터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전국을 다니며 통일강연을 해오고 있다. 1994년 북한을 탈출한 뒤 '한국판 빠삐용'이란 별명을 얻은 김 소장도 강연장에서 북한 군대 시절의 생활, 감옥살이 경험, 인권이 없는 북한의 모습을 말한다. 하지만 김 소장의 결론은 '남북한의 화해와 공존'이다. 그는 북한이 남한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틀리다"고 인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절대선, 절대악이란 없습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실패한 사회이지만 서로의 장점을 세워주면서 미래를 지향해야 합니다. 상대의 약점만 건드리면 갈등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남북문제는 평화와 번영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 소장은 2001년에 탈북자 출신으로는 최초로 국회의원 비서관을 지냈다. 그것도 민주당에서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김 소장을 부른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김 소장이 제 발로 민주당을 찾아갔다. "다른 정책은 몰라도 남북정책만큼은 민주당의 방향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한 사회가 좀더 성숙하게 북한을 대해야"

일반적으로 탈북자들은 보수세력을 지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탈북자단체들이 보수단체들과 북한인권운동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소장은 특정 이념보다 '균형'을 강조했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좋지 않은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탈북자들이 남북한의 대결과 갈등을 부추기기보다는 남북한을 아우를 수 있는 성숙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소장은 강연과 기고에서 때때로 보수세력의 '탈북자 이용'을 비판했다. 몇몇 청중은 그에게 '친북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김 소장은 "나는 친북주의자다"라고 받았다.

"북한과 협력해야 한다는 말을 친북으로 모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반문하고 싶어요. 같은 민족이자 통일의 대상인 북한과 친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것 아니에요? 경제적으로도 성공했고, 다양한 가치가 존중받는 남한 사회가 좀더 성숙하게 북한을 대해야죠."

김 소장은 많은 탈북자들이 보수세력을 지지하는 상황에 이른 데는 진보세력의 책임도 상당하다고 말한다. 점점 탈북자와 이주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회 변화를 수용한 것은 보수세력이었다고 김 소장은 진단한다.

"국회를 나온 이후에는 민주당에서 연락온 일이 별로 없고, 그 사람들은 탈북자 문제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점점 늘어나는 탈북자와 이주민을 끌어안으려는 제스처를 보인 건 새누리당이죠. 언론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가끔 보수언론에 기고를 하는데, 그들이 보기에 불편할 법한 내용도 가감없이 그대로 실어주죠. 반면 진보 쪽에선 전화 한번 오는 일이 드물죠."

김 소장에게 임수경 민주당 의원의 '변절자 발언'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끝까지 김 소장은 언성을 높이지 않고 차분히 답했다.

"의원 신분으로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지만 이를 가지고 특정인의 사상을 문제삼는 일은 후진국에나 있는 일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선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한 개인의 사상과 신념은 존중돼야 합니다."

<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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