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앞둔 모란시장에 웬 애완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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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상인 이씨, 버림받은 강아지 보고 눈물 흘린 사연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얼마나 불쌍한지 압니까? 우리 보고 개고기 판다고 손가락질 하지만 자식처럼 키우던 개를 떠맡기려 하거나 은근슬쩍 그냥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문제에요. 여기가 무슨 유기견 처리반도 아니고…"

초복을 몇 주 앞두고 찾아간 성남 모란시장. 전국 개고기의 3분의 1 물량이 거래된다는 이곳에서 만난 모란가축상인회장 이강춘(58)씨에게는 최근 잇따라 황당한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애완견을 기르고 있다는 사람들이 더 이상 개를 기를 수 없게 됐다며 이곳에서 처리가 가능한지 물어왔다는 것. 불쾌한 나머지 황망히 전화를 끊었다는 이씨는 "여기가 무슨 개 쓰레기장인가"라며 불평을 토해냈다.

지난해 이맘 때 개고기축제를 열려다 동물보호단체의 반발로 큰 골치를 겪었던 이씨는 "한때는 반려견 운운하면서 식용견 섭취를 비난했을 사람들이 막상 키우던 개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자 이곳을 찾는 그 이중적인 태도에 질려버렸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씨에 따르면, 현재 모란시장 주변 공터에는 주인에게 버림받고 떠도는 유기견이 어림잡아 한 달에 15~16마리 꼴로 발견되고 있다. 개의 주인들은 상인들에게 개를 가져가라고 은밀히 제안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그냥 개를 몰래 방치한 채 떠나고 만다. 이렇게 버려지는 개들은 5~6마리씩 떼를 지어 몰려다니고 그 중 일부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

이씨는 "키우던 개가 필요 없거나 병이 들어버리면 30만원 가까이 하는 안락사 비용을 아끼려는 생각에 우리에게 그냥 주겠다고 하거나 뒤처리를 부탁 한다"고 폭로했다. 그는 "가끔은 동물병원이나 가축병원에서도 치료 받은 개를 의뢰하기도 한다"면서 "(시장 상인들이) 받지도 않거니와 이미 주사 등 화학적 치료를 받은 개들은 위생상의 문제 때문에도 식용으로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자가 모란시장을 방문했을 당시 쓰레기로 뒤덮인 인근 공터 주변에는 한 때 애완견으로 키워지던 것으로 보이는 몸집이 작은 개 한 마리가 혼자 떠돌고 있었다. 개는 사람을 빤히 쳐다보다 이내 도망치며 잔뜩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씨는 공터 가까이 위치한 폐가 몇 채를 가리키며 "저곳에서 유기견들을 잡아먹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떠도는 노숙인들이 살아있는 개를 직접 잡아먹는 모습을 보았다는 목격담이 종종 들려온다는 것이다.

그는 "(노숙자들이 개를 잡아먹는 것이) 보기에는 물론 위생상으로도 안 좋은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동물보호단체들이 과연 알고는 있는지, 무슨 대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쏘아붙였다.

해마다 복날이 다가오면 각종 동물단체에서 나온 회원들이 이곳 시장 앞에서 개고기 반대 퍼포먼스를 벌인다. 상인들과 회원들 간에 고성이 오갈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것도 으레 그러려니 하는 흔한 풍경이 돼버렸다.

이씨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니 개고기나 보양식을 싫어할 수도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치중해 한쪽을 매도하지는 말아 달라"며 "애완견을 집에서 키운다고 성대를 제거하거나 냄새 난다고 귀를 잘라내는 것 역시 잔인하다는 점을 되짚어 달라"고 덧붙였다.

장인서 기자 en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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