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못할 MB 대북외교는 무기구매 때문?

남문희 기자 2012. 5. 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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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의 중요한 대목마다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해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모습은 지난 4년간 여러 차례 나타났다. 그동안은 본인이 측근을 시켜 북한 측과 막후 접촉을 하게 해놓고는 뭔가 되려고 하면 이를 무산시키는 말을 하거나 조처를 취하는 등의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자주 보였다. 2009년 10월 싱가포르 비밀 접촉 이후의 일처리 과정이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전개됐던 류우익 장관의 대북 접촉 과정에서도 그러했다. 추측건대, 한편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국민의 시선을 의식해 뭔가 하는 척하면서, 실제로 뭔가 이루어지려 하면 방향을 트는 말이나 행동을 해왔다는 의심을 살 만한 모습을 보여온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본심은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긴장 국면을 적정 수준에서 조절하고자 해온 게 아닌가 하는 것이 지금까지 관찰한 모습이다.

그런데 북한의 4·15 행사 뒤 일련의 대북 발언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몇 걸음 더 나갔다. 위성 발사 실패로 북한이 내부적으로 낭패감과 함께 국제적으로도 궁지에 몰려 독이 올라 있으리라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마치 작심한 듯 북쪽을 자극하는 발언을 의도적으로 계속해 긴장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분단의 평화적 관리를 최대 의무 중 하나로 여겨온 역대 대통령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그의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Reuter=Newsis 4월20일 평양에서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군민(軍民) 대회가 열렸다.

일단 해외의 관점을 빌려보자. 바로 중국의 시각이다. 지난 3월21일 < 한국경제 > 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주최한 '북한경제 글로벌 포럼'에서 중국 칭화 대학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류장융(劉江永) 부원장의 발표문('동북아 정세 시나리오 플래닝:김정은 권력승계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류 부원장 논문이 이명박 대통령 행태를 직접 분석한 것은 아니다. 2009년 이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 결정 요인을 주로 분석한 것이다.

관계 개선이 아니라 긴장 관리?

그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국내의 금융 및 재정 위기로 인해 군수산업의 생산 라인을 유지하기 힘들게 되자 한반도 등 지역 긴장을 활용해 대대적으로 무기를 수출해왔다. 특히 2011년 전략적 핵심을 다시 아태 지역으로 옮기는 한편 국방비는 대폭 감축하는 계획을 수립한 이래 미국 국방부가 구매하지 못하는 미제 무기를 한국을 비롯한 아태 지역 동맹국들이 대신 사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정책 목표 역시 이런 미국 상황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하나는 한반도 긴장을 이용해 한국에 미제 무기를 파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북한의 핵실험 방지라는, 상호 모순되는 목표 추구로 나타났다. 이는 시계열적으로 무기 판매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야 북한의 핵실험 방지를 위한 대북 접촉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분석을 한반도 상황에 대입해보면 우선 2008년 오바마 정권 등장 이후 미제 무기 도입량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 및 연평도 폭격 사건이 발생한 뒤인 2011년 10월 이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미국 1년 군수물품 수출액의 30%에 해당하는 약 14조원(약 124억 달러) 규모의 무기 도입 협약이 체결됐다. 오바마가 북한 측과 2·29 합의에 나선 것은 바로 한국과 무기 도입 협약을 맺은 직후였던 것이다.

ⓒ록히드마틴 제공 이명박 정부가 도입하려는 F-35 전투기.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입장이 곤란해졌다. 임기 1년을 앞둔 대통령이 14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들여 구입하려는 미제 무기를 둘러싸고 온갖 추문이 벌어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14조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F-35 전투기는 정작 미국 국방부로부터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퇴짜 맞은 기종일 뿐 아니라 성능과 가격을 둘러싸고 온갖 시비가 일고 있다. 같이 도입하기로 한 대형 공격 헬기나 아파치 헬기 등도 대당 가격이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14조원에 대한 1~3%의 커미션만 따져도 엄청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와 무기 거래 스캔들로 비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4·11 총선 이후 몸집이 커진 야당이 이를 그냥 넘어간다면 그 자체가 이상한 일일 것이다.

류 부원장은 앞으로 한반도 정세 예측에서 타이완 해협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군산복합체 발전 모델을 중요 변수로 놓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그 내용 중에는 무기 판매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미국이 의도적으로 긴장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한국이 미국 무기 수입을 감축하려 할 경우 미국은 북한과의 핵 협상을 까다롭게 하거나 한국 정부로 하여금 대북 강경 정책을 채택하도록 조정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얘기는 곧 미국의 대한 무기 판매 문제와 한반도 긴장이 함수관계로 맞물릴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대외적으로 평화를 지향한다는 한국 정부 또는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긴장 유발 행위를 지속적으로 할 경우 그 배경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의도적 대북 발언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14조원대 무기 구매 문제와 모종의 함수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류 부원장의 발표문에서 앞으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미국의 군산복합체 발전 모델과 더불어 주목해야 할 북한 측 요인이 바로 선군(先軍)정치이다. 미국 군산복합체 모델에 입각한 대남 압박과 북한의 선군정치가 맞물리면 남북의 긴장 완화가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인 셈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4·15 행사 과정을 통해 북한 내에서 그동안 밀리는 추세였던 선군정치가 다시 한번 확고한 위상을 찾게 됐다.

북의 선군사상과 맞물리면 강경 대결

즉, 지난 4·15 행사 기간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와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우상화했는데, 이는 영원한 국가주석이라 했던 김일성 주석보다 실질적으로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조처인 셈이다. 이로써 김일성 주석으로 상징되는 주체사상보다 김정일 위원장으로 대표되는 선군사상이 북한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지도이념이 되었고, 동시에 선군사상을 앞세운 군부의 기득권이 확고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김정일 위원장의 우상화 과정을 보면 김 위원장 본인은 오히려 자신을 우상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겼음에도, 군부가 자신들의 기득권 방어를 위해 밀어붙인 혐의가 짙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룡해가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오른 것을 두고 당의 우위가 관철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는데, 원래 총정치국장은 당에서 맡는 자리인 만큼 이것만 가지고 당·군 관계 변화를 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선군사상을 앞세운 군부 기득권이 강화돼 핵·미사일 개발 따위 선군 경제 영역에 대한 자원 배분이 우선 이뤄지게 됨으로써 당의 개혁개방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까지 지적된다. 아울러 미국 군산복합체의 대남 무기 구매 압력과 맞물릴 경우 자칫하면 남과 북의 '강 대 강' 대결 구도가 구조화될 우려도 존재한다.

남문희 기자 /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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