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들, 일본 좋아하고 한국 싫어하는 사연은?

김봉수 2012. 5.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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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대만인들은 한국와 일본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뚜렷히 엇갈린다. 한국은 싫어하고 일본은 매우 좋아한다. 혈맹에 가깝던 나라가 이젠 '가깝고도 먼 나라'가 돼 버렸다."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짧은 대만 방문 동안 현지 교민들로부터 많이 들은 얘기다. 대만은 비행기로 2시간 반이면 도착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으로 굉장히 가까운 나라다. 또 양국은 한때 혈맹에 가까울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공산주의로 인해 민족이 갈라서는 아픔을 겪은 '동병상련'에다 박정희-장개석 양국 지도자간의 개인적 인연(일본 육군사관학교 선후배)이 겹치면서 80년대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지난 1992년 우리나라가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전격적으로 수교하면서 두 나라는 '가깝고도 먼 나라' 사이가 됐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증언이었다.

대만 국민들이 국교 단절 이후 한국이라면 치를 떨고 있고, 더군다나 요즘 들어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기업들이 전세계에서 대만의 중소기업들을 제치고 앞서나가고 한류까지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를 휩쓸자 '시기ㆍ질투'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만 국민들은 일본에 대해선 식민 지배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식민지를 경영하면서 대만 근대화의 토대를 닦아 줬다"며 호의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대만 국민들의 엇갈린 한-일 양국에 대한 호ㆍ불호는 최근 실제로 최근 대만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두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명확히 드러났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전언이다.

한국에 대한 대만 국민들의 악감정이 드러난 최근의 사건은 한 대만 유명 코미디언이 한국을 방문했다가 호텔에서 커피포트가 고장나는 바람에 다리에 화상을 입고 귀국한 일이었다. 교민들에 따르면 이 코미디언은 귀국하자 마자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국인들을 맹비난했다고 한다.

한국의 A급 호텔이라는 곳에 묵었지만 커피 포트가 고장나 있을 정도로 시설이 형편이 없었고, 고객이 다쳤음에도 호텔 측이 책임을 회피하는 등 푸대접을 받았다는 게 기자회견의 요지였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본인의 실수로 넘어가거나 잘해 봐야 호텔 측의 불친절을 탓하는 정도로 넘어갔겠지만, 안 그래도 한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대만 국민들과 언론들은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한국은 수준이 떨어지는 나라"라고 매도했다고 한다.

현지 한 관계자는 "2010년 베이징 올림픽 때 태권도 편파판정 시비가 일었을 때와 비슷하게 대만인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불만과 비난이 쏟아져 나왔었다"며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한 사건이 그렇게 큰 파문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일본에 대한 대만 국민ㆍ정부의 호의적인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 사건도 있었다. 지난 2월 초 타이베이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가던 일본 미녀 탤런트 가와시마 마키요의 야쿠자 남자친구가 안전벨트 착용을 권하는 택시기사를 폭행해 중상을 입힌 일이 있었다. 마키요와 남자친구는 길가에 차를 세우게 한 뒤 운전기사의 머리와 가슴을 마구 때려 택시기사의 뼈를 부러뜨리는 등 중상을 입었다. 이에 따라 대만 현지 언론들은 사건 후 일주일 내내 대대적으로 이 사건을 보도해 한때 대만에서 인기가 높았던 마키요가 활동을 중단하고 일본으로 돌아가는 등 '매장' 당했다. 대만 국민들도 인터넷에 '반(反) 마키요 공식 홈페이지'까지 만드는 등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 사건이 대만인들의 반일 감정 고조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대만 정부가 직접 나서 "대일 관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사건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재해지역에 200억엔(3000억원)의 의연금을 낼 정도로 '친일 감정'을 가진 대만 국민들도 얼마 안 지나 이 사건을 잊어 버리고 말았다.

한 교민은 "만약 한국인이 그 사건에 얽혀 있었다면 아마 큰 일이 났을 것"이라며 "일본 야쿠자가 개입돼 있음에도 반일 감정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곧이어 터진 미 NBA 제레미린 열풍에 사건이 금새 잊혀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정리해 보면, 대만 코미디언의 한국 호텔 커피포트 사건의 경우 개인의 실수가 겹친 에피소드임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혐한(嫌韓) 열풍으로 이어졌다. 반면 일본의 경우 야쿠자가 택시기사를 폭행해 목숨까지 위태롭게할 정도로 질이 안 좋았지만 대만 정부의 개입과 일반 국민들의 '친일 감정'으로 그냥 묻혀졌다.

왜 이렇게 대만 국민들이 한국을 싫어하고 일본을 좋아하는 것일까?

대만 국민들이 한국을 싫어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우선 1992년 국교 단절 때문이라고 한다. 이때 한국 정부는 현재 서울 명동 거리에 있던 대만 대사관을 폐쇄하고 그대로 중국 대사관으로 사용하도록 해줬는데, 이를 TV로 지켜 본 대만 국민들은 피눈물을 흘리면서 속으로 칼을 갈았다고 한다. 대만 국민들은 故 장개석 총통 시절 자신의 일본 육사 3년 후배인 故 박정희 대통령을 돕기 위해 엄청난 원조를 해줬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이 자신들을 배신하고 중국의 손을 잡은 것에 대해 그만큼 깊은 원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대만의 강점이었던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 체계가 대규모 투자ㆍ전략적 결단을 필요로하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대기업들에게 밀리기 시작했고, 한국의 GNP 등 국력이 대만을 추월하기 시작하자 대만인들은 이제 한국에 대해 시기ㆍ질투까지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한류 열풍이 동남아를 휩쓸고 있는 것도 '대륙인'을 자처하는 대만인들에겐 거슬리는 일이다.

이 때문인지 한국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자동차도 대만에선 맥을 못추고 있었다. 2박 3일간 대만에서 눈에 띈 한국산 자동차는 현대자동차의 싼타페 몇 대가 고작이었다.

반면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대만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도요타는 대만 자체 생산 공장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대만 자동차 시장을 휩쓸고 있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현대차가 포니를 생산하던 시절 대만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부품 조달 등에 문제가 생기면서 AS가 시원찮아지자 대만인들이 AS가 뛰어난 일본 자동차를 선호하게 됐고, 결국 전체 자동차 수요의 90% 이상을 도요타가 잠식하게 된 오늘날의 현실로 이어졌다고 한다.

한편 올해 초 대선에서 승리해 이달부터 새 임기를 시작하는 마잉주 총통이 취임한 후 부터는 '실리'를 중시하는 대외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대만 관계에도 순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마 총통은 중국인들에게 대만 관광을 허용해 주고 돈을 벌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고 있으며, 한국과도 쑹산~김포 노선을 개통해 한-중-일을 연결하는 항공 노선을 개설하는 등 교류 협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지 한국 대표부 관계자는 "대만인들이 연 44만명 정도 한국을 여행하고 있고, 한국인들의 대만 여행도 연 20만 명대를 기록 중인데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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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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