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에게 민주화 당했다" 무슨 뜻?

이동현기자 입력 2012. 4. 25. 02:45 수정 2012. 4. 25.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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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뜯겼을 때 쓰는 말
10대의 은어 도 넘어
전라디언·경상디언 등 특정 지역 비하 표현도

"나 어제 일진한테 민주화 당했어."

청소년이 많이 찾는 모 인터넷 사이트에서 한 중학생이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여기서 민주화는 일진에게 인격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게 아니다. 폭행을 당했거나 돈을 뜯겼다는 뜻이다. 외모가 남 다르게 못 생긴 친구들한테도 '민주화 됐다'는 식으로 말한다고 한다. 숭고한 뜻을 담고 있는 '민주'라는 말이 10대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은어로 변질돼 쓰이고 있는 것이다.

10대들이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신조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특정 단어의 긍정적 의미를 부정적으로 변조한 은어 사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 1학년 김모(16)군은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을 자주 혼내거나 심하게 통제할 때 '담임이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민주화 먹인다'라는 표현을 쓴다"고 말했다. 고교 2학년 박모(17)군은 "민주화라는 말은 우리들 사이에 여러 방면에서 매우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인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또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단어도 거리낌 없이 쓰고 있다. 전라도 출신을 일컫는 '홍어', '전라디언'(전라도와 인디언을 합친 말), 경상도 출신을 일컫는 '과메기', '경상디언'이 대표적이다. 중학교 2학년 김모(14)군은 "맘에 안 드는 친구가 있으면 홍어나 과메기로 불러 따돌리면 된다"며 "홍어는 믿을 수 없고, 과메기는 비열해서 친구들이 싫어한다"고 말했다.

사실 10대들의 은어 사용은 또래 집단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민주화'라는 말의 뜻을 달리 쓰거나 특정 단어를 지역 비하에 사용하는 현상은 청소년기에 잘못된 사고를 심어줄 수 있어 우려된다는 반응이 많다. 박인기 경인교육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가치관을 형성해나가는 시기에 민주화와 같은 보편 타당한 가치를 부정적 의미로 자꾸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민주주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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