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다문화자녀 지목해 '잘해주라'는 교사.. 이런 것도 차별"

2012. 4. 19.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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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10인이 말하는 한국생활 고충과 희망

[동아일보]

이자스민 국회의원 당선자에게 쏟아진 일부의 공격은 한국이 개방적인 다문화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이들과 이웃으로 살아가려면 한국인과 한국사회는 무엇을 고쳐야 할까. 각계각층의 다문화 출신에게 이들의 생각과 희망, 개선이 필요한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 유빅토리아(29), 우즈베키스탄, 연세대 대학원 한국학 석사과정

이자스민 씨가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열심히 살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코리안 드림'을 봤다. 나는 장학금을 받고 한국학을 전공하는데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 결혼하러 온 사람이라는 편견에 상처를 받았다. 1년간 휴학했고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도 했다. 한국에 신부를 보내는 나라는 어린 소녀의 국제결혼을 엄격하게 막아야 한다.

○ 카지 라피크(36), 방글라데시, 여행사 대표

종종 편견을 느끼곤 한다. 한국인은 백인이 말을 걸면 반갑게 영어로 대답하고 흑인이나 다른 유색인종이 말을 걸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지저분하거나 수염을 기른 사람은 거지라고 여기는 한국인도 적지 않다. 내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방글라데시'라고 하면 한국인의 표정이나 대답에서 내가 가난할 거라고 여기는 느낌을 읽을 수 있다.

○ 유미려(36), 말레이시아, 서울 석촌초등학교 강사

문화나 종교적인 부분에서 배려가 필요하다. 두건을 쓰고 예배하는 모습에 놀라는 한국인들도 있다. 어머니가 일본인인 학생이 교과서나 문화재에서 일본을 부정적으로 서술하는 내용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도 봤다. 언론에서 결혼이주여성들 출신국의 좋은 면을 많이 소개해야 한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지역의 발전된 면을 알리면 좋겠다.

○ 샤리크 사이드(47), 파키스탄, ㈜뉴팍코리아 대표

다문화가정이 문제를 겪는 이유는 다양한 문화를 접한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결혼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한국 남성의 대다수가 그렇다. 짧은 시간에 중개회사를 통해 결혼하니 이해가 부족하다. 사업 때문에 외국인을 자주 접하는 사람만 외국 문화와 교류할 기회가 많다. 더 다양한 한국인이 문화적 경험의 폭을 넓혀야 한다.

○ 칼린 마나시에프(24), 불가리아, 건국대 산업디자인과 4학년

출신국가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인식으로 불편할 때가 있다. 불가리아에서 왔으니까 축구를 잘하겠다, 요구르트를 많이 먹겠다는 식이다. 나를 인간 칼린 마나시에프가 아니라 외국인으로 쳐다본다는 점에서 불편하다. 또 외국인 대학생은 스마트폰을 사기도, 각종 할인혜택을 받기도 힘들다.

○ 촐롱체첵(38), 몽골, 서울시 다문화가족지원팀 주무관

지난해 7월부터 이자스민 씨와 함께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했다. '대한민국 등골 빼먹는 다문화' 등 인종차별적 공격을 보면서 나도 힘들었지만, '힘내라'라는 문자를 보내 위로하는 게 고작이었다. 학기 초에 "다문화가정 학생 일어서라"하고는 다른 학생들에게 "잘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교사들도 있다. 이런 특별대우 자체가 차별이다.

○ 엥 잠란(27), 캄보디아, 주부

4년 전 한국에 올 때와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냉담한 시선 때문에 울었던 적도 많다. 지금은 그런 시선을 느끼지 못한다. 주위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한다. 그만큼 노력했다. 악착같이 한국어를 공부했다. 지금은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통역봉사를 한다. 심한 차별이나 특별한 보호보다는 그저 같은 이웃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

○ 아나벨 카스트로(45), 필리핀, 경찰관(경장)

어학특기로 경찰이 된 지 벌써 4년이다. 운동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는데 고된 훈련을 받고 어려운 법률용어를 공부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생겼다. 다문화사회에서는 결혼이주여성의 역할이 가장 크고 중요하다. 특히 이들의 2세, 3세가 잘 정착하도록 돕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 프레마랄(42), 스리랑카,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 근무

버스와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으면 승객들이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내 옆자리가 비어도 잘 안 앉는다. 왜 피부색이 까맣냐고 묻는 아이에게 "샤워를 안 한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어머니를 본 적도 있다. 이런 일을 겪으니까 한국 국적을 받아도 실제로 한국 사람이 됐다는 생각을 갖기 힘들더라.

○ 장허(姜赫·23), 중국,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

한국 대학생은 주로 술집에서 어울리고 친해진다. 술집을 자주 가지 않는 외국인은 어울릴 기회가 비교적 적다. 술집을 자주 가지 않는 사람도 어울릴 수 있도록 대학문화가 다양화돼야 한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친구들과 중국어로 대화하는데 우리에게 욕을 한 아저씨가 있었다. 외국인도 눈치로 욕인 줄은 안다. 면전에서 그러지 않으면 좋겠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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