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사회 적응 못하는 한국인

2012. 4. 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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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국동포,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주여성 등 국내에 거주하는 특정 지역 출신 외국인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감정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미 2007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특정 지역 출신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한편, 실업과 사회 양극화로 고조되는 불만이 저임금 노동시장을 채우고 있는 이들을 향한 질시로 이어지기도 한다.

커지는 피해 의식

수원 여성 살해사건 뒤중국동포 추방운동까지'일자리 잠식' 인식 한몫

인권침해·차별 여전

이주여성 국회 진출 불구임금체불 등 빈번히 발생"범죄집단 모는 건 위험"

지난 13일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소름 돋는 외국인 노동자들, 어린 여학생 강제 헌팅 장면'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왔다. 지하철역 안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추정되는 남성 3명이 한국인 여학생으로 보이는 여성 2명에게 치근거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번지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에서 중국동포가 20대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뒤에는, 중국동포 운영 상점 불매운동이나 중국동포를 추방하자는 내용의 청원운동이 포털에서 전개되기도 했다.

최황규 서울중국인교회 목사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인 총격 사건이나, 수년 전 일어난 버지니아 공대의 조승희 총격 사건 때도 미국 사회는 한인들을 비판하지 않았다"며 "다문화·다민족 사회 경험이 적은 우리나라는 개인의 범죄를 집단으로 모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의 이런 인식의 배경에는 실업난과 사회 양극화에 따른 불만도 깔려 있다. 2008년 한 포털에 개설된 다문화 정책 반대 카페는 15일 현재 회원이 8500여명이다. 이 카페의 소개글을 보면 '다문화는 후진국의 값싼 인력과 우리 서민을 저임금 경쟁시키려는 자본가들의 음모다. 이는 가난한 서민에겐 재앙이다'라고 돼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서민들의 일자리와 생계를 위협한다는 우려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건설업·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에 한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 일자리를 잠식하는 측면이 있지만, 전체 경제규모나 수준 등을 고려하면 이들이 (내국인들이 꺼려하는) 일자리를 채워주는 부분이 크다"며 "직업을 잃은 일부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건 당연하겠지만, 전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는 확대해석을 사회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11 총선에서 필리핀 출신 결혼 이주여성 이자스민(35)씨가 새누리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자, 이에 대한 반감이 인터넷 등을 통해 생기는 현상도 비슷한 맥락이다. 정병호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는 "정부가 이주노동자, 결혼 이주여성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겪는 인권침해·차별을 본질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보여주기 식으로 일부에게만 시혜를 베풀거나 지원을 몰아주는 정책 위주로 펴다 보니, 서민들은 그 집단 전체가 수혜를 받는다고 생각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실업과 사회적 양극화에 따른 불만 등에서 비롯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감·무시·차별은 외국인 범죄의 원인이 돼 사회 갈등을 일으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범죄율은 2007년 대비 131% 늘었다. 지난 6일엔 한 중국동포가 못 받은 임금 때문에 다투다 직업소개소장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편집국장은 이와 관련해 "임금 떼이고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해 중국동포들이 사회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갈등은 수시로 일어날 수 있다"며 "그들이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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