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박살내자".. 광화문 한복판서 술판 시위
"해 저문 소양강에~황혼이 지면…." 한 사람이 일어서 노래를 부르자 주변 20여명이 손뼉 치며 장단을 맞췄다. 한 곡이 끝나자 소주잔을 쥐여주고 한 잔 가득 술을 채웠다. 나머지 20여명도 술을 따랐고 "투쟁의 승리를 위하여"라는 건배사에 맞춰 잔을 비웠다. 다음 노래 부를 사람이 쑥스러워하자 "일어나! 일어나!"를 외쳤다. 웃음과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그룹이 10여개, 모두 150여명이 그렇게 노래하고 술을 마시고 소리를 질렀다.
이 무리 주변으로 경찰 4개 중대 300여명이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노래하던 한 명이 경찰에게 "이리로 와서 한잔하고 가"라고 외치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곧이어 곳곳에서 구호도 터져 나왔다. "MB 정권 박살내자! 박살내자!"
지난 22일 오후 10시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 세종로 동화면세점 건물 앞의 광경이었다. 중국, 일본, 동남아 관광객이 하루 1000여명 찾고 시민 수천명이 오가는 서울 오피스타운의 상징인 곳이다. 퇴근길 직장인들이나 오가던 외국인들 역시 귀를 막고 지날 수밖에 없었다. 늦은 퇴근길을 재촉하던 시민은 이들을 피해 버스 정류장 옆으로 길게 줄을 섰고, 지나가던 외국인들은 신기한 듯 사진을 찍기도 했다. 길을 지나던 정규만(66)씨는 금속노조 회원들의 돌발 행동에 대비해 근무를 서는 경찰에게 다가가 "비도 오는데 너희가 고생이 많다. 저이들이 얼른 들어가야 쉴 텐데…"라며 어깨를 토닥였다.
이날 집회는 '금속노조 3대(大) 의제 쟁취 문화제'. 금속노조원 150여명이 낮에 서울시내 곳곳에서 선전전을 한 뒤 밤에 벌인 뒤풀이였다. 물론 야간 집회 신고는 했다.
이들은 앞서 오후 7시 30분부터 같은 장소에서 드럼, 기타 등을 동원해 밴드 연주를 하고 꽹과리를 치면서 '문화제'(?)를 진행했다. 그러다가 오후 9시쯤 야식을 먹자며 국과 밥에다 함께 준비해온 20병들이 소주 3박스를 풀었다.
원래 이들은 이곳에서 침낭을 깔고 노숙(露宿)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후 10시 30분이 지나 빗방울이 굵어지자 노조원들은 하나둘씩 짐을 싸 인근 노조사무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동하기 전 이들은 쓰레기를 길 한가운데 모았지만 남은 술은 길에 그냥 쏟아버려 한동안 술 냄새가 진동했다.
간부급 노조원 6명은 밤 11시가 넘도록 이곳에 남아 술잔을 기울였다. 경찰 간부 중 한 사람이 다가가 "언제까지 계실 겁니까?"라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이것만 먹고 일어설 거요"라고 답했다. 야간 집회의 경우 70데시벨 이상(상업지구)의 소음은 불법이다. 술판을 벌이기 전 있었던 문화제 때부터 이들은 엄청난 소음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날 어떤 경찰도 소음을 측정하거나 문제 삼지 않았다.
"아무리 답답해도 그렇죠. 이렇게 사람 다니는 길에서 저렇게 술 마시고 소리 질러도 되나요. 자기 자식들이 저러고 있으면 좋아할까요." 이 광경을 한참 보던 시민 김모(53)씨의 소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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