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전우회 연락처 뿌리고 해병대 짱돌 위협"'해적'표현 김지윤씨 엄청난 항의편지 받아

2012. 3. 1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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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99%의 스피커 될 것"

부모님은 "쫄지 마" 응원해줘

 통합진보당 청년 비례대표 선거에 출마했다가 "제주 해적기지 반대한다"는 인증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됐던 김지윤(28)씨를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김씨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동료와 함께 왔다. 그는 "신변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해적기지" 발언으로 보수세력의 뭇매를 맞은 뒤 김씨에게는 엄청난 양의 항의 편지가 도착했다. 자신을 해병대 531기라고 밝힌 한 남자는 김씨에게 "유세 오면 짱돌 던질 테니 조심하라"는 위협도 가했다.

 "예전에 학교에서 출교당해 항의농성을 할 때도 비슷한 위협을 많이 받았거든요. 보수단체가 통합진보당사로 몰려가 항의시위도 하고 있고 해서 만약을 대비해 남자 동료와 같이 다니고 있어요."

 해군전우회는 김씨의 연락처를 회원들에게 배포해 항의를 조직한 것으로 보인다. 한 전역 해군은 지난 13일 김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해군전우회가 회원들에게 당신의 이메일 주소와 트위터 아이디를 보내고 있다. 나도 받았다"고 알려줬다.

 실제로 김씨에게 해군 출신으로 보이는 남성들로부터 엄청난 양의 항의메일이 쏟아지고 있다.

 그래도 김씨의 표정은 밝았다. 인터뷰 내내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었다. 타고난 웅변가이면서도 재밌는 농담을 던지면 소녀처럼 까르르 웃곤 했다.

 "강정마을에 내려가서 5일 동안 있다가 올라왔는데 그곳 주민들이 제게 응원을 많이 해줬어요. 오히려 제가 힘을 더 많이 받고 올라왔습니다." 김씨는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제주 강정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지냈다.

 김씨는 해군참모총장이 해군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자신을 고소한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대한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적기지라는 표현은 강정마을 주민이 실제 쓰고있는 표현이고,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상처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해적기지 반대'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경찰과 해군이 벌인 인권 유린 내용을 다룬) '뉴스타파'를 보고 놀랐는데 강정마을에 가서 살펴본 인권 유린 상황에 더욱 놀랐어요. 주민들도 실제로 해군을 해적으로 부르는데 이유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주민들이 해군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많이 안알려져 있었어요. 저는 주민들의 심경에 공감해서 '해적 기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오죽하면 그런 표현을 쓸까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고. 주민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주민들의 상처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고소를 당한 거예요. 처음엔 좀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이 고소는 해군이 표현의 자유와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대한 탄압을 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하기에 '쫄지' 않으려고요."

 김지윤씨와 살짝 논쟁을 벌였다. "통합진보당은 해군을 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자연인 김지윤과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예비후보로서의 표현은 달라야 하는 것 아니냐" 물어보았다. 김씨는 "정치인이 사용하는 말은 주민들의 말과 같아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제 공약이 '99%의 목소리, 99%의 스피커가 되겠다'였습니다. 국회의원은 늘 점잖고 격식있게 얘기해야 하나요. 탄압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전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회의원의 눈이 아닌 강정마을 주민의 눈으로 보고, 보통사람들의 언어로 말하는 게 진보정당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제가 정치인의 언어로 점잖게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말한다면 더 괴리감 생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유시민 공동대표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밝혔다"고 다시 물었다. "해군은 제가 공인이라서 문제 삼았다고 하는데 저는 공인의 역할을 다시 봐야 한다고 봐요. 진보정치인은 99% 사람들의 편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야 합니다. 소신을 지키려면 어떤 탄압에도 굽힘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시민 대표가 예전에 항소 이유서를 쓰면서 소신 있고 원칙 있는 모습을 보여줘서 많은 젊은이에게 영감을 주었어요. 그런 원칙을 정당정치인이 잃어서는 안됩니다."  

 김지윤씨의 "해적기지" 발언은 유 대표뿐 아니라 진보진영 여러 곳에서도 비판을 많이 받았다. "총선 앞두고 야권이 역공세를 당할 빌미를 줬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사실 선거는 승리 자체도 중요하지만 내용도 중요합니다. 제주 해군기지는 진보진영이 모두 단결해 반대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을 계기로 좀 더 많은 분들이 해군이 제주에서 벌이는 만행에 같이 싸웠으면 해요. 제주도민의 심정을 더 공감하는 데서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김씨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이런 해적기지 관련 논란은 토론할 문제이지 국가기관이 고소·고발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합진보당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해군에 맞서 어떤 방어 움직임도 보이지 않은 것에는 조금 의외였다는 심경을 밝혔다. 대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공동 변호인단을 꾸려 김씨의 변호를 맡기로 했다. 국제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 교수는 13일 성명을 내어 "김지윤 마녀 사냥 반대, 고소 철회 요구" 성명을 내었다.

 통합진보당의 유력 청년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되던 김지윤씨는 지난 12일 최종 투표에서 탈락했다. 최종 5명으로 압축된 뒤 총 2만여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해 치른 마지막 투표에서 김씨는 2095표(10.6%) 득표에 그쳐 4위에 머물렀다. (당선된 김재연씨는 9180표, 2위 조성주씨는 3341표, 3위 이윤호씨는 3411표, 5위 유승재씨는 1493표) 언론은 김재연 후보의 당선과 함께 김지윤씨의 탈락 소식도 비중 있게 전했다.

 김씨는 "해적기지 논란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보지만 근본적으로 조직 표 대결에서 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비례대표 최종 선정되면 좋겠지만 힘들 거란 생각은 했었습니다. 사실 저는 당 내에 조직력이 없습니다. 최종 후보 5명에도 턱걸이로 붙었었어요. 조직력 면에서 김재연 당선자에게 크게 뒤졌습니다. 2위부터 5위를 한 후보 모두 합쳐야 겨우 김 당선자의 표와 비슷해져요. 김 당선자는 2011년 한국대학생연합 집행위원장을 맡아 당 내에 지지 세력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해적기지 논란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겠지요. 이 정도로 크게 뒤질 거라곤 생각 못했거든요."

 김씨는 당선이 목표가 아니었기에 비례대표 도전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99%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직접 체험하고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강정마을에서 한 할아버지가 제게 오시더니 '국회 꼭 들어가서 제주해군기지 특검' 해달라고 부탁하셨어요. 그러면서 군이 할아버지에게 무슨 거짓말을 했는지 상세하게 알려주셨어요. 내가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야기였지요. 그러면서 '99%의 스피커가 되는 게 이런 거구나' 느꼈습니다. 내가 왜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연대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많이 배운 거죠. 비례대표를 후회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뭐할 건지를 물었다. 김씨는 비록 청년 비례대표에 최종 선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통합진보당 안에서 뭔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겠다"고 했다.

 "한 언론사가 제 사진을 널리 뿌려주신 덕분에 취직은 어려울 것 같고요.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 안에서 앞으로도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찾아보고 도우려고 해요. 강정마을도 다시 내려가서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계속 하려고 합니다. 선거 홍보하려고 내려간 거 아니었어요."

 김지윤씨 부모는 김씨에게 "우리, 지윤이. 쫄지 마" 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한 언론사 1면에 딸의 모습이 부정적으로 그려진 사진을 맞닥뜨렸을 때 김씨의 부모는 많이 당황해했지만,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의 문제점을 살펴본 뒤 온전히 딸을 응원한다고 했다. 이 얘기를 꺼내면서 김씨는 살짝 눈물을 내비쳤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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