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우의 공감] 전 북부지법 판사 서기호

2012. 3. 10.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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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퇴임후 안전판으로 지금의 대법원장 임명.. 정치권력에 예속은 당연"

"정치판 입문 실망" 목소리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4번… 금배지 가능성 없는것 알아… 사법권력 개혁이 목표일 뿐

사법부 일그러진 자화상

너무 비대해진 법원행정처… 피라미드식 통제 수직구조… 판사들 쪼는 실적경쟁 만연

'가카 빅엿' 파문에 대해

국민들 충격소지, 이미 사과… 조롱·풍자·해학·비판까지… 대통령은 감내해야 할 공인

서기호 전 북부지법 판사는 '가카 빅엿' 발언으로 현직 판사로는 극히 이례적으로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당초에는 공인인 판사가 저속한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되었지만, 결국 사법개혁 문제로 확대됐고 그는 결국 통합진보당의 사법개혁위원장이라는 직함을 얻었다. 그는 또 비례대표 14번이라는 별 의미 없는 순번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제왕적 대법원장 시스템과 법원행정처를 필두로 하는 피라미드식 관료제 체계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법원조직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면서 사법개혁을 꿈꾸고 있다. 역사는 우연이 움직인다고 했다. 그는 사적인 공간인 페이스북에 '가카 빅엿'이라는 글을 올린 이유로 밥줄이 끊기는 불운을 겪었지만 이러한 우연 때문에 그는 새 출발하는 행운을 맞이했는지 모른다. 그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나 사법부의 '불편한 진실'을 들어봤다.

-심적으로 고생이 많았겠다.

재임용 탈락을 전후로 상황이 굉장히 복잡하게 전개됐다. 그래서 인터뷰를 계속 미뤘다. 이제 일단락이 됐다. 그래서 만날 수 있었다.

-후회는 없나.

특별하게 없다.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사법개혁인데 실현 수단과 관련해서 시기적으로 변동사항이 있었다. 부당하게 강제퇴직 당한 뒤 법적 대응과 함께 사법개혁을 시민운동차원에서 추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에 대해 전면전 양상을 띠다 보니까 변호사들도 부담스러워했다. 시민운동차원에서 대법원과 정면 대립하는데다 우리 사회 정치구조와 연결되어있다. 박은정 검사 사건처럼 법원과 검찰 수뇌부 사이의 유착관계 의혹이 있다. 결국 신영철 대법관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 대법관이 여전히 버티는 이유는 결국은 정치 권력과 보수 언론과의 유착관계 등에 기인한다. 시민운동차원에서는 한계가 있고 정치운동과 결합해서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래도 정치권으로 들어간 것에 대해 일각에서 실망이 많다.

비례대표 14번은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안다. 국회의원이 목표가 아니었고 사법개혁이 목표다. 단지 통합진보당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나온 연구성과들이 입법활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꼭 국회의원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사법개혁이 전국민적 관심사였고 영화'부러진 화살' 등을 통해 국민들의 관심이 많아졌다. 박은정 검사 사건처럼 판사가 기소청탁을 하는 일이 있다. 이 문제들은 개개인 판사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대법원이라는 거대 권력에 맞서서 충분히 할말을 해야 한다. 비록 강제퇴직을 당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기회를 삼아 내가 원하는 것을 진정성 있게 추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보판사의 이미지가 있다.

내가 생각해도 바보스럽다. 이 의미는 내가 특정 조직의 분위기에 잘 젖어 들지 않는다는 측면이 있다. '이게 옳은 것 같은데 왜 이 조직은 이렇게 하나'라는 생각을 한다. 정치에서도 그럴 것이다. 사법개혁도 국민들이 생각할 때 순수하게 시민운동차원에서, 혹은 법원 내부에서 하면 되는 줄 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판사 검사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타협해서 만든 사법개혁은 전혀 정답이 아니다. 대법원장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법원장들이 근무평정을 매개로 판사들을 관리 통제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판사들이 정치권력이나 언론권력에 독립해서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없다. 맞춤형 재판도 할 수 없다. 실적경쟁에 내몰린다. 판사들도 괴롭다. 양쪽으로 당한다. 국민들로부터 배신당하고 법원장으로부터 압박을 받는다. 제왕적 대법원장 제도와 피라미드식 관료체제가 가장 큰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법원행정처다. 사실인정권을 판사들이 독점하는 문제도 그렇다. 그래서 배심제가 나온 것이다. 재판 과정 녹음 같은 것도 매우 중요하다. 판사들은 좀 꺼리지만 도입해야 할 것들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이다.

-대법원장 임명 방식도 문제 아닌가.

헌법에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지만 여기서 모든 잘못이 출발한다. 여당이 다수당이면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다. 견제가 없다. 그 순간부터 법원은 정치 권력에 예속된다. 내가 재임용에서 탈락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 '가카 빅엿'이라는 글을 올린 것이 원인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임명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라면 나를 무리하게 탈락시켰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명박 정권하에서 임명된 양승택 대법원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조금만 합리적으로 보면 10년간 비공개였던 근무성적을 이유로 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서 판사회의가 계속 열렸던 것이다. 그런 후폭풍을 예상하고도 밀어붙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안전판으로 임명한 사람이 지금 대법원장이다.

-법원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법적 대응을 하려 했더니 한계가 있었다. 현재의 제왕적 대법원장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결국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복직을 할 기회는 열려있다. 하지만 내 개인이 복직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남아있는 판사들이 같은 상황을 또 겪을 수 있다. 법원의 발전,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판사들에 대한 보호책, 판사의 헌법과 양심에 따라 국민들이 재판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판사 출신 입장에서 사법개혁의 핵심은 뭔가.

제왕적 대법원장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재판을 해야 할 판사들이 법원행정처에 파견되어있다. 판사들은 심의관, 부장판사급은 총괄심의관, 고등부장 판사급은 국ㆍ실장, 법원장급 법원행정처 차장, 대법관급의 법원행정처장 등 층층의 구조로 되어있다. 이 결제라인이 누구를 위해 있겠나. 결국 대법원장의 수족처럼 움직인다. 다 법원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수직적 관료 체제로 움직이다 보니 조직이 대법원장의 지시를 실현하는 집행기구처럼 되어있다. 법원전체로 보면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법원에서는 법원장 이하 수석부장 공보판사 라인 등의 수직적 관료시스템이 구축된다. 대법원장의 지시가 법원행정처를 통해서 법원장에게 내려온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별 판사들이 지시와 관리통제를 받는 부하직원처럼 움직이게 된다. 근무평정이 공개되지 않다 보니 판사들이 막연히 조심한다. 지금은 5공화국처럼 수뇌부가 직접적으로 재판결과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다만 재판 운영방식에 개입한다. '좀 빨리 진행하라'는 식이다. 신영철 대법관 사건의 경우도 그렇다. 어떻게 판결하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헌제청을 했더라도 기다리지 말고 결론을 내리라'는 것이다. 언뜻 보면 틀린 말 같지는 않다. 하지만 판사들이 압박감을 느낀다. 위헌제청 신청을 해놓았을 경우 스스로가 위헌이라고 생각 않는 이상 유죄판결을 하게 된다. 결국 유죄판결을 하라는 것과 똑 같은 것이다. 그런 식의 간접적인 재판개입이 생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타파할 수 있나.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대법원장이 아니라 판사회의에서 법원장을 뽑는 것이다. 이 경우 법원장이 대법원장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된다. 그러면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약화된다. 또 법원행정처를 축소시키거나 독립시키고 별도의 사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그러면 굳이 법원행정처에 판사들이 많이 갈 필요가 없다. 사법위원회는 법원장이 가진 징계권, 근무평정권, 대법원장의 인사권 일부 등을 처리한다. 위원회라는 것은 한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회의체로 운영한다. 재임용 탈락 결정은 인사위원회 심의, 대법관회의 논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으나 그야말로 심의와 논의에 불과하다. 의결정족수에 따라서 과반수 이상의 결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결국은 대법원장의 단독 결정이다.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지하는 것이 대법원장이다.

-실적경쟁도 문제다.

그렇다. 어떤 법원장이 사건처리 속도를 중시한다면 그런 의지가 티타임, 회식 등을 통해서 전달된다. 어떤 법원장은 대놓고 이야기 한다. 면담 등을 통해 통계표를 보여주면서 판사들에게 '당신은 사건처리 속도가 늦다 어떻게 해결할거냐'고 채근한다. 2009년 같은 경우는 아예 통계표를 돌렸다. '나쁠 거 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판사들은 압박감을 느낀다. 실적경쟁에 내몰리는 것이다. 다툼이 심한 사건, 특히 사법피해자들이 제기한 사건은 오래 걸린다. 그런 사건들로 판사들이 초조해진다. 당사자가 원하면 열 번이라도 심리를 해야 한다. 증거조사도 해야 한다. 초조해지면 아무래도 증거조사 신청도 엄격하게 보면서 기각을 많이 하게 된다. 형사사건의 경우는 구속기간에 쫓기는데 당사자들이 다툰다.'이 사람, 저 사람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하면 답답해진다. 또 유죄판결을 해야 하는 사건인데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석방을 해야 한다. 그러면 증거인멸, 도주의 우려가 생긴다. 법원장이 사건처리 건수를 중시하게 되면 '부러진 화살'처럼 증거조사 신청 기각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충실한 심리가 되지 않는다. 조정을 중시하는 법원장이면 무리하고 강압적 형태로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들이 볼 때 '왜 법원에서 조정을 강요하는가'라는 의문을 갖는다. 실제로 법원행정처에 법원에서 '조정을 판사들이 강요했다'는 민원이 많이 접수된다. 대법원이 공개를 하지 않을 뿐이다. 대법원에서 스스로에 불리한 기록이나 민원은 공개를 하지 않는다.

-사건처리가 늦어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마치 일을 안하고 노는 판사라는 낙인이 찍힌다.

-법원장들끼리도 실적경쟁이 있나.

중요한 지적이다. 대법관을 법원장 중에서 임명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법원장들간에 실적경쟁이 있다. 얼마나 법원장이 휘하 판사들을 '관리'를 잘하느냐는 것이다. 대법원장은 '법원장이 행정 능력도 뛰어나네'라고 본다. 내용상으로는 판사들을 '쪼는' 것이고 그러면서도 문제 발생이 없는 상황이다. 대법원장이 원하는 것은 '법원장이 판사들을 쪼면서, 판사회의도 만류하면서, 언론에 비판적으로 나오지 않는' 상황을 원한다.

-'가카 빅엿' 발언 관련, '가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은 없나.

대통령은 조롱 풍자 해학 비판을 받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공인이다. '쫄면 안돼'라는 노래에 '가카 빅엿'이라는 가사가 나오고, 젊은 층이 그런 노래를 부른다. 판사가 그런 노래를 인용했다고 해서 대통령이 '무엄하다, 기분 나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다만 판사가 그랬다는 것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충격을 받은 것, 동료 판사들이 좀 불편하게 느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내가 적절하지 못했고 앞으로 그런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사과를 했다. 그리고 내가 그런 표현을 쓴 것은 대통령을 조롱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도 분명히 밝혔다. SNS 심의 반대의 글을 올리는 과정에서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하려고 이미 알려져 있는 노래 가사를 인용한 것이다. 내가 만든 표현도 아니고 핵심도 아니었다. 그것을 마치 '가카 빅엿'이라는 것을 핵심 문구로 보도하면서 '어떻게 판사가 저럴 수 있나'라고 몰아간 보수언론의 태도도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법원 내부의 움직임이 조용하다.

2월 중순에 정기 인사가 있어서 판사들이 다 흩어져버린 측면도 있다. 아무튼 그 이전 판사회의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법률개정이 필요하고 현 대법원장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재임용 심사에 관한 사유에 '현저히 성적이 불량한'이라는 문구는 문제가 많다. 추상적인데다가 판사를 근무성적에 의해 심사를 하면 신분보장 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많다. 법원조직법에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의 직무가 불가능하면 재임용을 탈락시킨다'고 되어있다. 또 '현저히 판사로서 품위유지가 불가능한 경우'도 포함되어있다. 악용의 소지가 있다. '현저히'라는 부분이다. 나는 '가카 빅엿' 사건에서 이 조항에 걸린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근무성적을 내세웠다. 근무성적을 '비공개'로 하는 대법원 규칙도 문제가 있다. 이런 것들이 당장 개정해야 할 사안들이다.

-판사가 퇴직 후 곧바로 변호사 개업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판사가 법원을 나오면 당연히 변호사를 하는 풍토도 고쳐야 한다. 판사가 최종결정권을 갖고 있다가 변호사로써 한쪽의 이익을 봐주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것이 모순된다. 우리 사회는 판사가 변호사를 하기 위한 통로가 되어있다. 돈을 많이 버니까 그렇다. 이걸 바꿔야 한다. 그래서 전관예우가 계속된다. 또 판사 하다가 변호사가 되는 구조가 되면 판사 하는 동안 소신껏 재판하기 힘들다. '내가 언젠가 변호사 할건데'라는 생각 때문이다.

● 서기호는 누구

1970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거쳐 제주지법,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 등을 역임했다. 현직 판사로 '가카 빅엿'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올해 2월 법관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이후 통합진보당 사법개혁위원장이라는 직함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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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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