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디도스 배후 밝히는건 신의 영역"

입력 2012. 1. 6. 20:10 수정 2012. 1. 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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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의혹 못밝힌채 수사 마무리

"공적 세우려 범행했다"며

따로 남긴 증거도 못밝혀

검찰은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엄청난 파장을 낳은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무모함'을 들었다. 선거에서 공을 세워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으려던 젊은이들이 치기 어린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범행 동기와 배후 등이 말끔하게 규명되지 않아, 의혹은 여전히 남게 됐다.

검찰은 그동안 이들의 범행 동기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믿음을 사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검찰은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국회의장 전 비서 김태경(31·구속 기소)씨의 범행 동기를 "18대 국회 종료 시 거취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신분이 보다 안정적인 행정부 등 타 직역으로의 진출을 희망하면서 이를 위해 공적을 세우려는 무모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김씨와 함께 범행을 공모한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현민(28·구속 기소)씨에 대해서도 "선거에서 공적을 세워 정식 보좌관 등으로의 신분 상승을 모색했다"고 보았다.

검찰 설명대로 이들이 신분 상승을 꾀했다면 이를 알아줄 윗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도 이들은 윗선에 미리 귀띔을 하거나, 사후에라도 자신들의 '업적'임을 내세울 증거를 따로 남겨두지도 않았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론이다. 게다가 김씨는 증거도 변변치 않은 공적 세우기에 개인 돈을 1000만원이나 썼다. 검찰의 결론을 그대로 믿기에는 이들의 행동이 무모함을 넘어 지극히 비현실적인 셈이다.

또 디도스 공격 실행자인 강해진(26·ㄱ컴 대표·구속 기소)씨는 "공씨를 통해 온라인 도박사이트의 합법화를 모색하던 상황에서 평소 디도스 공격 툴과 다수의 좀비피시를 확보하고 있어서 공씨의 부탁에 쉽게 응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강씨의 범행 동기도 설득력이 약하다. 일개 비서관 출신인 공씨를 돕는다고 도박을 합법화시킬 수 있다고 기대했다면 이 또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일 수밖에 없다.

이렇듯 범행 동기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설명되지 못하면서, 김씨와 공씨를 비서로 데리고 있었던 최 의원의 연루 의혹은 그대로 남았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와 공씨가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최 의원까지 연결되려면 돈거래나 통화내역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며 "만약 배후가 있다면 그걸 밝히는 건 신의 영역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최 의원에게 공씨 체포 사실을 알려준 경위도 조사하지 않았다. 통화내역 조회 결과, 공씨 체포 이후 수사가 진행되면서 김 수석과 최 의원의 통화 횟수는 부쩍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검찰은 "청와대 정무수석실 밑에 치안비서관실이 있고, 치안비서관실을 통해 공씨의 체포 사실을 보고받은 김 수석이 최 의원에게 전화해준 것은 문제될 게 없다고 봤다. 다른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는 한 소환조사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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