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 많지만 '말할 사람'이 없다

음성원기자 2011. 10. 17. 13: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친구' 는 늘고.. '페이스 투 페이스' 줄고..

인터넷상의 '페이스북'은 늘지만 대면(對面) 접촉인 '페이스 투 페이스'는 사라진다. 온라인 대화는 있어도 오프라인을 통한 진정한 만남은 자취를 감춰가는 것이다.

지난 4월 둘째아이를 출산한 주부 주인영(가명·33)씨는 최근 외로움에 허덕이다 자살까지 생각하고 상담소의 문을 두드렸다. 주씨는 두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이 고민을 나눌 상대가 없었다. 가장 가까운 관계여야 할 남편은 각종 회식과 업무상 만남 때문에 얼굴조차 보기 쉽지 않았다. 트위터, 페이스북에도 가입해 불특정 다수와 시시콜콜한 잡담을 주고받았지만 그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진정한 소통의 통로는 되지 못했다.

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삶의 질 연구에서 한국이 사회 연결망 부문에서 최하위 수준을 기록한 것은 한국 사회 인간관계의 '풍요 속 빈곤'의 단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주씨의 사례처럼 남편의 공적인 관계 때문에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관계의 역전' 현상은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페이스북 친구는 수백 명씩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얼굴을 보며 고민을 터놓는 관계는 오히려 줄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정인과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과 교수는 "외로움 등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친구 없이 컴퓨터 등 휴대기기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소통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프랑스의 석학 도미니크 볼통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랙티브(interactive)한 고독'에 주의해야 한다"면서 "인터넷보다 가족이나 친구, 남녀간에 거리에서 더 많은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가 분석한 자살 동기 가운데 외로움·고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3.4%에서 2011년(9월) 10.7% 등으로 최근 5년 사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사회의 진정한 소통부재가 '관계지향적 성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황상민(심리학) 연세대 교수는 "한국사회는 '인간적 관계', '사(私)적 관계'보다 '비즈니스적', '공(公)적 관계'를 중시하는 관계지향적 성향으로 변했다"면서 "한국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가져 정작 자신의 중요한 고민 등에 대한 문제는 그 관계 속에 녹여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 연결망의 부재는 국가적으로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OECD는 "공동의 가치와 기준, 이해 등을 함께 공유하는 관계는 협력을 증진시킨다는 점에서 사회적 자산이라 할 수 있다"면서 "사회적 자산은 민주주의 참여도와 거버넌스(공공경영), 경제성장, 노동 생산성, 범죄율, 건강 등에도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음성원·박정경기자 esw@munhwa.com

SNS코리아 최강? 친구·가족 소통은 '꼴찌'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