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포르노' 흉악범죄 부르나?

서유정 2009. 10. 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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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유정 기자 = 최근 들어 아동성폭행 등 흉악범들의 컴퓨터에서 잇따라 아동포르노가 발견되면서 아동포르노가 범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가 지난 5일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한 A씨의 경우, 포르노 CD 967장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 중 100여장 정도가 아동포르노물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1995년과 2001년 여성 2명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성도착 증세를 보이며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발생한 안양 초등생 혜진· 예슬이 사건의 범인 B씨의 경우에도 그의 집을 정밀 감식한 결과 아동 포르노물이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B씨의 집에서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인한 결과 아동 포르노 동영상 등 동영상 500여건과 수만건의 음란물이 저장돼 있음을 확인했다.

아동포르노가 범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뢰할만한 연구결과는 아직 없다. 하지만 포르노가 합법인 대다수 서구사회에서조차 아동포르노에 관한 한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아동포르노의 소지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망신을 면할 수 없다. 이는 아동포르노가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범죄이며 제2, 제3의 범죄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사법당국의 의지로 풀이된다.

캐나다 신문 더스타는 지난 9월 15일, 캐나다 동부 대서양 연안의 노바스코샤 주 앤티고니시 주교인 레이몬드 래히(69)가 노트북에 우려스러운 이미지를 소지하고 있어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3일 밝혔다.

우려스러운 이미지는 아동포르노. 레히 주교는 노트북을 압수당한 채 임시로 풀려났으나, 2차 정밀검사에서 아동포르노를 발견한 경찰이 전국에 걸쳐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주교직을 사임하고 지난 1일 경찰에 자진출두했다.

그에게는 인터넷 사용금지와 공원, 아이들에 대한 접근 금지 등을 조건으로 한 보석이 허가됐고 11월 4일 법정에 출두해야 한다.

캐나다의 아동포르노법은 1993년 제정됐다. 캐나다에서는 18세 미만 아동의 성행위와 관련된 이미지를 단순 소지만 해도 최고 5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으며 아동포르노를 만들거나 유포할 경우에는 최장 10년형이 가능하다.

또 성범죄자 등록리스트가 있어, 웹사이트로 성범죄자들의 거주지와 일하는 곳을 검색할 수 있다. 불가피하게 직업상 아동포르노를 접해야 하는 아동포르노 사건 담당 경찰들은 2~3개월에 한 번씩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 등을 받아야하는 등 강력한 제제를 가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일찍이 1978년 아동을 소재로 한 음란물을 방지하기 위해 아동보호법이 제정됐다. '포르노 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일본에서도 최근 수년간 아동포르노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법개정이 활발하다.

외국의 이같은 대응은 P2P 사이트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포르노물이 유포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춰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다.

경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표창원 교수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아동음란물과 성인음란물을 차이 없이 다뤘고 아동음란물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표 교수는 우리나라가 조금 더 일찍 아동 포르노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도 초반 벨기에서는 국회의원과 경찰 등이 연루된 아동 음란물 동호회가 있었는데 당시 이 동호회에 음란물을 유포한 중개인이 아동을 납치해 살해한 살인범이었다"면서 아동 포르노와 범죄간에 적지 않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대부분 연쇄 살인범들의 경우 포르노를 소지하거나 집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것이 굳이 아동 포르노에만 국한되지는 않았다"며 "음란물에 몇 세 이상이 출연한다고 표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본인 취향에 따라 포르노를 다운 받다 아동포르노가 포함되는 것일 뿐 아동포르노만 선별해서 다운받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여러 문헌을 살펴보면 포르노를 소지하고 있는 경우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증명할 만한 자료가 나와있다"며 "특히 외국에서 아동포르노는 오래전부터 소지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범죄행위로 인식돼 왔다"고 말했다.

표 교수는 "우리나라는 최근에서야 아동음란물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탐닉, 소지하고 있는 자들이 강력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아동포르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 6월 9일 뒤늦게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을 개정했다.

이 법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소지한 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시해 단순소지에 대해서도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이 법이 아동포르노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현재 성인은 물론 청소년들에게도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는 포르노에 대한 단속조차 버거운 상황에서 개정된 법이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범죄 전문가들은 아동포르노가 범죄에 미치는 상관관계에 주목하며 아동포르노를 추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우리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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