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들을 가뒀는가?"..팔레스타인의 눈물

2008. 10. 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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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노컷뉴스 차성민 기자]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의 성지가 공존하는 이스라엘. 이곳에는 매년 전세계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위해 발길을 옮기는 곳이다. 이슬람교의 상징 황금돔 사원과 예수님이 태어나신 베들레헴. 유대교의 통곡의 벽. 이처럼 이스라엘은 평화와 사랑을 그 근간으로 삼고 있는 종교의 근원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 나라다. 예전에는 유대인들이 핍박을 받았다면, 지금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형국이다. '평화'라는 명분으로 인간적인 삶마저 포기한 채 살아가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과연 평화의 땅 이스라엘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노컷뉴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통해 공존의 의미에 대해 총 4회에 걸쳐 알아본다. 오늘은 첫번째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강제 '수용'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체크포인트에 대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

이스라엘 베들레헴에서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경계선에는 높이 8M의 분리장벽이 길게 쳐져 있다.

그 옆 조그마한 출입구만이 성지의 땅, 예루살렘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물론 이곳을 지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검문검색을 감수해야만 한다.

도대체 그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검은 선그라스를 낀 이스라엘 군인들, 장전된 총. 날카로운 목소리.

"통과못합니다. 갈 수 없어요."(이스라엘 군인)

"왜요."(팔레스타인 노인)

"날 탓하지 마요."(팔레스타인 군인)

"보내주세요. 아이가 병원에 가야해요.보내주세요 제발..."

"날 탓하지 마세요."(이스라엘 군인)

팔레스타인 노인과 이슬라엘 군인의 실랑이가 이어진다. 지루한 말씨름 끝에 팔레스타인 노인은 1시간 정도를 기다리고서야 예루살렘에 들어갈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팔레스타인 노인은 "이런 일은 한두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가 아프면 병원을 가야 하는데, 베들레헴에는 제대로 된 병원이 없어요. 아픈 아이들은 어떻게 하라고..."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눈물을 머금은 노인은 아픈 손자와 함께 무거운 발걸음을 다시 돌렸다.

이스라엘 베들레헴에서 의료기기 수입 사업을 하고 있는 샤워씨는 체크포인트(검문소) 때문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장비 대부분이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하지만 공항에서 베들레헴까지 의료기기 장비를 들여오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샤워씨는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삶의 기본적인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도시에서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거의 인격모독 수준의 검문을 당한다. 우리 땅에서 우리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는 것은 전세계인의 상식이지만 적어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샤워씨는 "이스라엘 정부가 테러를 막기 위해 검문소를 설치했지만 이는 또 다른 테러"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현재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채 검문소로 인한 테러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인의 도움으로 수입사업을 시작했지만,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기계를 공항에서 빼앗겼다"며 "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완전히 고립시키려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전략"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약 370만명의 팔레스타인 민족들이 살고있다. 동쪽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역에 '수용'돼 있는 셈이다.

이같은 검문소는 지난 2003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현재 이스라엘 전역에 200여 군데에 설치돼 있다는 것이 현지인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이산가족이 된 사람들도 생겨났고, 극심한 식량난에 놓이게 됐다.

이스라엘 베들레헴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한 현지인은 "이같은 검문소는 이스라엘 전역에 200여군데에 설치돼 있다"며 "이로 인해 이산가족이 된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돈 벌이를 위해 가자지구로 넘어갔던 팔레스타인 사람 수십명이 가족들과 떨어져 살고 있는데, 이는 장벽이 설치되기 전에 돈벌이를 위해 타지로 나섰던 사람들이 가자지구에서 나오지 못해 이산가족이 됐다"며 "수용생활이 이어지면서 경제 활동이 어려워 극심한 경제난이 이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천년 동안 종교적인 이유로 억압을 받았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억압을 주고 있는 형국"이라며 씁쓸해 했다.

그는 또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이스라엘 정부와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타협만이 이들이 보통사람들 처럼 살 수 있는 지름길" 이라고 덧붙였다.

수천년동안 계속 반복되고 있는 분쟁의 역사는 언제쯤 종식 될 수 있을까. 이스라엘 사람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눈물을 헤아릴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손꼽아 기다려본다.anointing@cbs.co.kr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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