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불효지국?.. 부모 '돈' 없으면 자식 발길 뚝

2007. 12. 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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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자식간 유대관계가 부모의 재산에 좌우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자식들이 돈 없는 부모를 찾는 일은 드물었다. 특히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자녀의 방문 횟수가 줄어드는 나라는 조사 대상 15개국 중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이러다보니 위로가 필요할 때는 자식보다는 친구·동료를 찾고 있었다. 친족간 유대관계를 강조하는 유교문화가 배척받고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한 것이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정재기 교수는 최근 이런 내용이 담긴 '한국의 가족 및 친족간의 접촉빈도와 사회적 지원의 양상: 국제간 비교의 맥락에서' 논문을 최근 학회에서 발표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정교수는 논문에서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60세 이상 부모의 속성을 ▲소득 ▲교육 ▲연령 ▲성별 ▲결혼상태 등으로 분류한 뒤 각 속성이 자녀와의 '대면(對面)접촉 빈도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은 소득변수만 회귀계수가 0.729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 소득이 1% 높아질 때 부모와 자녀가 1주일에 1번 이상 직접 만날 가능성이 2.07배나 커지는 것을 뜻한다고 정교수는 설명했다.

정교수의 연구는 2004년 국내에서 13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국종합사회조사와 2001년 세계 25개국 3만3232명이 참가한 국제사회조사(ISSP)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정교수는 "미국, 영국,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4개 회원국에 같은 틀을 적용해 보니 그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소득과 접촉빈도는 '반비례'했다. '정비례' 관계가 나타난 호주, 스페인 역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외국에서는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자식들이 더 자주 챙긴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정교수는 "외국에서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친족 이외 인적 네트워크가 커져 상대적으로 친족과의 접촉 빈도는 낮아진다'는 학계의 일반적 학설이 대략 맞아떨어지지만 유독 우리의 부모·자식간에는 정반대 현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인들은 '도구적 지원'을 원할 때는 가족·친족을 찾지만 '정서적 지원'이 필요할 때는 친구나 동료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갑자기 큰 돈이 필요할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인 51.9%는 '가족 및 친족'을 꼽았다. 친구·이웃·동료(19.1%), 공식기관(13.2%), 배우자(8.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대로 '우울한 일이 있을 때, 누구와 상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한국인의 55.3%가 친구·이웃·동료를 먼저 꼽았다. 배우자(20.7%)나 가족·친족(17.3%)은 후순위였다. 정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엄격한 유교적 규범에 따라 가족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소통이나 감정의 친밀한 상호작용이 제약받기 때문"이라고 추론했다.

〈홍진수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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