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일기장 분실, 국가 손배 책임"

2007. 10. 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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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일기장을 국가기관이 보관 중 분실했다면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3단독 강우찬 판사는 성폭행 피해자 A씨(32.여)가 "증거로 제출한 일기장을 돌려받지 못해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성폭행을 당한 A씨는 2004년 2월 형사고소를 제기하면서 수년간 써왔던 일기 14권을 검찰측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이후 A씨는 지난해 말까지 여러차례 요청에도 불구하고 검찰측으로부터 압수된 일기장을 돌려받지 못하자 민원 및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그러나 검찰이 A씨의 일기장을 분실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통지를 받았고, "이로 인해 큰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국가가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재산적 가치는 얼마 되지 않을지라도 일기장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상세히 기록된 원고의 개인적 삶이 담겨 있다"며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값을 따질 수 없는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일기장 상실은 한 개인의 개인사적 기록이 상실됐음을 의미하므로 피해자에게는 매우 큰 정신적 충격을 안겨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을 보호할 헌법적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이 원고가 민원을 제기할 때까지 일기장 분실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 여성의 경우 일반적으로 그 감성적, 정서적 측면에서 남성보다 더 섬세한 경향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위자료 액수를 5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와의 원만한 해결을 수차례 권유했음에도 거부한 국가에 대해 "재판부의 고심 어린 결론에 승복함으로써 조금이나마 피해자인 원고의 정신적인 면을 배려하는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달라"고 덧붙였다.

이혜진기자 yh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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