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법연수원생의 '로보트태권V에 대한 법적 고찰'

2007. 9. 5. 12: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로보트 태권브이가 서울 한복판에서 말콤 장군의 로봇 엑스를 무찌르고 삼성동 코엑스몰 앞 왕복 14차선을 걸어다닌다면 로보트태권브이는 법적 처벌을 받을까, 받지 않을까.

사법연수생 전정현씨(38기)는 지난 1일 발행된 연수원 소식지에서 '로보트 태권브이에 대한 법적 고찰'이란 글을 통해 태권브이가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거나 대한민국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이 과연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허용되는 것인지를 꼼꼼하게 풀어냈다.

전씨는 일단 대한민국 법전에 '대형 직립 로봇의 운행등에 관한 법률'이 아직 존재하지 않은 관계로 태권브이를 자동차와 항공기로 생각해 법을 적용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먼저 태권브이를 자동차 관리법에 적용시켜 보면 태권브이는 특수 자동차에 해당된다.

제일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자동차등록인데, 태권브이가 자동차등록원부에 등록을 하지 않고 서울 시내를 걸어다닌다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다행히 태권브이가 지난해 7월 산업자원부장관으로부터 받은 '대한민국 로봇등록증'을 이용해 건설교통부장관에게 임시 운행허가를 받는다면 합법적인 운행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태권브이가 영화처럼 자유롭게 서울 생활을 하기 위해서 풀어야할 문제는 첩첩이 쌓여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자동차 구조 및 장치에 대한 인증을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다.

김청기 감독마저 태권브이의 높이는 200m라고 한 이상 태권브이는 길이 13m, 너비 2.5m, 높이 4m로 제한된 자동차안전기준에 크게 벗어나는 덩치다.

특수 자동차라고 해도 중량이 40t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어 태권브이가 원효로를 걷기 위해서는 신체사이즈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하늘을 나르는 태권브이'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까.

항공법 대통령령이 '지구대기권 내외를 비행할 수 있는 항공우주선'을 항공기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어 우주를 날아다니는 태권브이는 항공기가 맞기는 하다.

이번에는 태권브이의 법적 소유자 훈이(태권브이를 탄생시킨 김 박사는 사망했고, 훈이 외에 상속인은 보이지 않으므로 소유권은 훈이에게 귀속된다)의 나이가 걸린다.

항공법 제25조에 의하면 항공업무에 종사하고자 하는 자는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항공종사자자격증명을 받아야하고, 자가용 조종사의 경우 17세 이상이 돼야만 받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때문에 17살 이상이면서도 지나치게 어려보이는 '훈이'가 아니라면 태권브이를 조종하는 '나이 어린 훈이'는 자격이 없는 셈이다.

또한 비행장이 아닌 곳에서 이.착륙을 할 경우에는 건설교통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최저 고도제한과 곡예 비행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태권브이는 이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적과 싸우고 기지로 돌아와 착륙해야 한다.

여기에 항로 제한까지 고려한다면 '특수버튼 3번'으로 공명하며 날아다니던 태권브이는 너무 많은 제약에 걸리게 된다.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의 친구 태권브이가 법을 준수하는 모범 시민으로서 서울에서 살아가려면 마징가제트에게 비웃음을 살 정도로 외소해진 몸매로 각종 항공법 규정을 고려하며 적진을 향해 낮게 날아갔다 김박사의 비밀기지가 아닌 비행장에서 착륙해야 한다.

그렇다면 태권브이의 주제가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날아 태권브이~'는 더 이상 울려퍼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전씨는 맺음말에서 자신의 법적 고찰을 '군소리'로 치부했지만, '태권브이와 마징가 제트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와 같은 고전적 스토리에 흥미로운 논쟁을 던져준 공은 인정할 만 하다.

이혜진기자 yhj@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