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블루 ''호수 아래 잠든꽃''

입력 2006. 1. 12. 18:40 수정 2006. 1. 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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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유 앤 미 블루(U & Me Blue)가 1집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아니 그 이전 서태지와 아이들의 3집 앨범이 나올 때만 해도, 얼터너티브를 표방하는 음악인들은 ''얼터너티브란 무엇인가''를 설명해야 했다. ''대안적인''이란 것이 과연 무엇을 말하는지 그 누가 알았겠는가. 90년대 중반 ''얼트문화와 록1''은 그런 의미에서 90년대 록키드들의 음악이론을 정립해준 훌륭한 지침서였다. 포스트모던한 사회의 모더니스트였던 커트 코베인의 죽음의 배경을 쉽게 설명,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 중 일부는 삶의 모토로 ''커트 코베인''을 삼기도 하였다. 아무튼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이제 얼터너티브는 서서히 사어가 되었으며, 80년대 이후 포스트 펑크, 뉴웨이브 세력을 아우른다는 모던록에 대한 당시 정의도 언어의 역사성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었다. 팝적이고 쉬운 멜로디에 징글쟁글한 기타가 어우러지는 섬세하고, 서정적 음악으로 요약되는 모던록은 이제 인디신의 주류가 되었으며, 그 결과 다수 대중은 모던록의 장르적 특징을 묻지 않게 되었다.

미스티 블루(Misty Blue)는 이러한 모던록, 기타팝의 정의에 부합되는 음악을 구사한다. 차이점이라면 우리 대중음악 고유의 동양적 선율미가 다소 강조된 느낌이다. 한없이 맑고 가녀리게 노래하는 여성보컬과 밤하늘의 별처럼 명징한 기타의 잔향. 누군가의 말처럼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기에, 우리의 감성을 이끄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는 한편 일반의 공식에서는 살짝 미끌어져 나간다. 만약 공감각적 감각이 발달했다면 ''청초록빛 팝 밴드'', ''미스티 블루'', ''블루 섀도'' ''봄에게 미처 배우지 못한 것'' 등 그들을 둘러싼 어구는 그대로 앨범 자켓 이미지와 음악이 되는 신기한 경험을 제공한다.

1.5집 격인 EP ''4도씨 유리호수 아래 잠든 꽃''(사진)은 2005년 1집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 B''에 실렸던 5곡과 ''북치는 작은 소년''(The Little Drummer Boy)의 리메이크, 신곡 5곡 등을 담고 있다. 밴드는 이번 앨범을 맞아 키보디스트를 새로 영입하는 등 전반적으로 악기 편성은 풍성하게 하면서도, 어쿠스틱의 요소를 강화했다고 설명한다. 이중 ''투스데이 인 실루엣''은 마치 90년대 윤상을 연상시키는 동양적이고 애잔한 선율과 모던록의 투명함이 조화를 이뤘으며, ''봄에게 미처 배우지 못한 것''에서 기타는 한없이 입체적으로 들려온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지배하는 ''북치는 작은 소년''은 소닉 유스의 ''슈퍼 스타''리메이크 버전을 떠올리게 하지만, 대체로 신곡들은 1집의 애잔함을 다소 탈피, 보다 밝은 느낌으로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미스티 블루는 정은수(보컬, 기타), 최경훈(베이스), 이정우(기타) 이상 3인으로 구성됐다. 2005년 6월 1집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를 발표했으며, 2005년 광명음악밸리축제에서 ''올해의 신인''에 선정된 바 있다. "어느날 그대의 이어폰으로 흘러들어온 멜로디" 음반사의 홍보문구는 보통 과장으로 드러나지만, 미스티 블루의 경우는 예외일 듯싶다. 음악으로 꿈을 꾸고,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그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한 없이 좋은 애장품이 될 작품이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이창호 기자 tabulara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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