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민영보험 방향' 문건 논란

2005. 9. 1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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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삼성이 삼성생명과 삼성병원을 통해 현 국민건강보험을 궁극적으로는 포괄적 (민간)보험으로 대체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주장이 보건의료단체들에 의해 제기됐다. 삼성의 이런 움직임은 보건의료제도의 축인 건강보험을 약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의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고 보건의료단체들은 주장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진보적 보건의료 단체 모임인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3일 서울 종로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생명의 한 보고서를 보니 '정부 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을 민간의료보험의 최종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며 "이 구상이 현실화하면 기존 공보험과 의료전달체계는 유명무실하게 되거나 잔여계층을 보조하는 역할로 축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날 '민영건강보험의 현황과 발전방향'이란 이름의 문건을 함께 공개했다. 이 문건은 △공적보험과 민영보험의 비교현황 △민영의료보험의 도입 배경 △선진국의 의료개혁 경험 △민영건강보험의 발전방향 △제언 등 다섯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 문건의 '민영건강보험의 발전방향' 항목 중에 적혀 있는 '민영의료보험의 발전단계'. 문건은 이를 정액방식의 암보험→정액 방식의 다질환 보장→후불방식의 실손보험→실손의료보험→병원과 연계된 부분경쟁형→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이라고 적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 구상은 결국 우리나라 의료보험 체계를 병원-보험가입자-보험회사가 직접 연결되는 미국식 관리의료체계로 나아가게 해 보건의료의 불평등을 심화할 위험이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충북대 의대 이진석 교수는 "삼성 쪽 시나리오대로라면 고액의 보험료를 낼 수 있는 계층만 양질의 치료를 받는 의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은 이 계획이 단지 시나리오가 아니고 이미 실현되고 있는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실제 이 문건에서 적고 있듯이 현재 보험상품 개발을 4단계까지 이뤄내 9월부터 이른바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할 예정이다. 실손의료보험이란 마치 자동차보험처럼 실제 손해를 입은 대로 보상을 해주는 것으로, 기존의 암보험 등과는 질적으로 다른 의료연계체제를 형성케 한다. 즉 기존 암보험의 경우는 보험회사와 보험가입자와의 일대일 관계만이 존재했다면, 이 실손의료보험에서는 보험가입자, 보험회사, 병원 등 이른바 3자 연계체제로 이뤄지는 미국식 민간의료체계가 형성될 수 있다.

전성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표는 "삼성의 계획은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과 내용적으로 일치하고 있는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근거로 삼성 쪽이 의료산업화 필요성을 집중 제기하기 시작한 지난해 이후 참여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이 본격 추진된 점, 국무총리실에 딸린 규제개혁단에 삼성생명 직원이 직접 참여한 점 등을 들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쪽은 "문제의 문건은 2003년 9월께 국립암센터의 요청에 의해 준비된 특별한 제한 없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강의자료로, 국가 공보험체계를 와해하려는 내부 전략보고서란 주장은 비상식적"이라고 반박했다. 또 "규제개혁단에 파견된 직원은 보험금융 자문이 목적이며, 의료정책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 온라인미디어의 새로운 시작. 인터넷한겨레가 바꿔갑니다. >>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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