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주인 양성계획 궤도이탈

2005. 4. 1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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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프로젝트가 본 궤도에 오르지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우주인 선정은 물론, 우주선 발사 장면 등을 생중계하면서 기업광고를 유치해 관련 예산의 대부분을 마련해야 할 주관 방송국 선정에 난항을 겪으면서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12일 과학기술부와 방송사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지난해 12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신청을 받아 올해 5월까지 한국 첫 우주인 후보 2명을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후보 신청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사업 추진의 첫 단계이자 핵심인 주관 방송국도 선정하지 못하고 있어 프로젝트 추진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우리나라 최초로 우주인 후보 2명을 선발, 올해 7월부터 2년간 러시아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훈련하고, 2007년 10월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 탑승시켜 우주정거장에 보낸다는 ‘대한민국 첫 우주인’ 양성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 양국이 협력한다는 데 공식 합의했다.

‘우리도 우주인이 있다’는 자신감과 과학에 대한 관심을 국민에게 불러일으키는 게 목적인 이 사업에서 우주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할 주관 방송국은 사실상 가장 큰 역할을 맡게 된다. 예산 분담도 정부는 과기부가 60억원, 주관방송국이 200억원으로 나눠 부담할 계획이다. 하지만 MBC와 SBS 관계자들은 “우주인사업에 대해 검토중인 부서나 인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KBS 관계자도 “현재 진척된 상황은 전혀 없다”며 “주관 방송국이 부담해야 할 200억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문제인데, 광고시장이 좋지 않아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사업의 주축이 돼야 할 주관 방송국이 없다 보니 우주인 선정 및 교육 실무작업을 맡을 ‘한국 우주인 사무국’도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결정적인 이유는 ‘돈’ 때문이다. 광고시장이 침체해 경영이 어려워진 방송국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데다 한때 논의됐던 방송3사 공동참가 방안도 백지화된 지 오래다.

KBS 관계자는 “재원조달이 쉬울 것이라는 과기부 예상은 빗나갔다”며 “기업 한 군데 정도가 관심을 갖고 있으나 액수가 너무 크다는 입장이어서 과기부는 기업을 설득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과기부는 ‘다소 늦어지고는 있지만 재원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몇몇 기업체가 우주인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방송사의 참여 의지가 낮을 경우 일반 기업체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우한울 기자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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