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땅크' 방패 나선 보수우파.. 朴 대통령 비난 분열 양상

입력 2014. 6. 20. 16:42 수정 2014. 6. 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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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후보자 낙마 사태 오면 세력 개편 주장까지… 문 후보 반기들면 분열 확산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거센 사퇴 요구에도 버티기에 들어가자 자칭 보수우파 세력이 박근혜 대통령을 집중 비난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이 임명동의안 재가 여부를 검토한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한 것이라며 문 후보자가 낙마하게 되면 좌파세력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이들은 문 후보자를 옹호하면서 이번 사태는 '좌좀 언론들의 왜곡 선동'에서 비롯됐다고 밝혀, 자신에게 쏟아지는 사퇴 요구는 언론 탓이라고 밝힌 문 후보자의 인식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보수논객 조갑제씨는 19일 인터넷을 통해 문 후보자의 논란이 된 강연 전문을 올리면서 "문창극씨는 기독교적, 국가적, 헌법적, 사실적 관점에서 한국 현대사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당당한 애국적 강연"이라며 "이 강연은 그가 총리직 부적격자가 아니라 적격자임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조갑제씨는 또한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서청원, 김무성 의원의 문 후보자 사퇴 주장에 대해서도 정면 비난하고 나섰다. 조씨는 "서청원, 김무성 의원이 이 글을 읽고도 문창극 씨의 사퇴를 주장한다면 문제가 커진다"며 "아직도 전쟁중인 나라에서 좌경 기자들의 왜곡 보도를 믿고 公務(공무)를 처리하는 자는 절대로 정치를 해선 안 된다. 국가가 거짓선동에 굴복할 순 없다. 선동 기자들의 거짓과 왜곡에 휘둘리는 자는 보수도, 지도자도 아니다"고 정면 비판했다.

조씨는 "朴 대통령은 공을 국회로 넘겨야 한다. 이 공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누가 애국자이고 누가 매국노이고 누가 바보이고 누가 기회주의자인지 알 수 있다"며 "국민 입장에서 보면 문창극 파동은 좌경 선동 세력에 附和雷同(부화뇌동)하는 가짜 보수를 가려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도 주장했다.

변희재씨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번 문창극 거짓음해 사태는, 지금껏 대한민국의 대립구도가 좌우가 아닌, 거짓공작 세력 VS 진실추구 세력 간의 대결이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새누리, 친박 기회주의자들이 거짓공작세력에 포섭되어 있었으니, 나라가 이꼴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TV조선에 출연해 "비기독교인이 보면 오해할 소지가 약간 있다. 하지만 강연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문 후보자를 반민족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보수우파 인사들이 문창극 후보의 방패막이를 자처해 나선 모습인데 이번 인사 파동을 계기로 극우 우파 세력으로 여권이 재편돼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창극 후보자가 19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칼럼과 강연 내용을 적극 해명하며 반전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국민 여론과는 달리 "당당하다"고 평가했다.

보수 성향의 사이트인 일베에서는 문 후보자의 기자회견 모습에 "애국자의 당당한 모습"이라며 전두환 대통령을 빗대 '전땅크'라고 표현한 것을 차용해 문 후보자를 "문땅크"라고 부르고 있다.

일베 한 회원은 "문창극 후보님 기자회견 보고 내가 더 감동 받았다"며 "열사 포스로 거짓과 싸우고 있는 분이라는 게 대단히 존경스러움..진짜 제대로 우파 인사다운 분 보는 것 같아 속이 뻥 하고 시원하더라"라는 의견을 냈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모습도 보인다. 다른 회원은 "이렇게 왜곡보도와 온갖 인신공격성 보도에 홀로 외롭게 싸우고 있는 문 후보자를 위해서도 하루빨리 (임명동의안)결제에 서명하여, 문 후보자에게 힘을 돋아주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신뢰성 없는 박근혜 정부와 무능력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핵폭탄성 발언이라도 한번 시원하게 해주고 집에 갈 때라도 가라. 본인이 쌓아온 명예, 이렇게 더럽힌 채 그만두지 말라"고 밝혔다.

▲ 문창극 후보 사퇴 요구에 새누리당을 비난하는 게시물 ⓒ새누리당 홈페이지

문 후보자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사실 보도를 하지 않는 언론 탓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는데 보수 우파 인사들이 좌파 언론의 탓이라고 주장하는 모습과도 비슷하다.

차기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트위터를 통해 "언론매체의 왜곡, 선동으로 인한 단기적인 여론 흐름에 겁을 먹는 정당이나 정치세력은 오래갈 수 없다"며 "진실을 지키지 않으면 개인, 정당, 사회, 국가가 잠시 득을 볼지 몰라도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른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도 문 후보자를 옹호하며 지지를 철회한다는 의견이 다수 올라와 있다. "국민의 한 사람인 문창극 한명도 지켜주지 못하는 당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단 말이냐"는 의견부터 "사퇴해야할 사람은 서청원 의원"이라는 주장까지 비판 일색이다.

박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거나 청와대의 사퇴 종용에 버티지 못하고 문 후보가 자진사퇴하게 되면 이에 반대하는 여권 지지층의 반발이 거셀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보수우파 인사와 지지층의 의견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문 후보자가 박 대통령에 맞서 반기를 드는 모습까지 연출된다면 보수 지지층간에 서로 헐뜯는 분열까지도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번 인사 파동을 계기로 보수 우파들이 더욱 오른쪽으로 포지셔닝을 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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