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항적신호 끊겼는데도 전화통 붙들고 23분간 '허둥'
승선자들과 통화하느라 해경 상황실 보고 늦어 대응도 지연
(제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지도를 확대하면서 확인했는데 돌고래호가 항적도 상에 보이지 않아 휴대전화로 연락을 시도하느라 해경 상황실 통보가 늦었다."
해경은 돌고래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 신호가 이미 끊겼는데도 곧바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위치가 확인되지 않은 '이상 신호'가 발생했는데도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휴대전화 통화를 시도하느라 상황실 보고가 20여 분간 늦어졌다는 것이다.
6일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추자안전센터는 사고 당일 오후 8시 40분 다른 낚시 어선으로부터 돌고래호의 통신두절 상태를 신고받았다. 이 어선은 돌고래호와 함께 출항한 배다.
추자안전센터는 이로부터 23분여 후인 오후 9시 3분 해경 상황센터에 구두로 첫 사고 보고를 했다.
동행 선박의 신고를 받고도 즉각 해경에 상황보고를 하지 않은 채 승선인원 파악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추자안전센터에는 사고 당시 4명이 근무했다. 이 센터는 돌고래호의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신호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했다.
그러나 신호를 확인하지 못한 근무자들은 전화를 받지 않는 돌고래호 승선자들에게 계속 통화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승선자 명부에 오른 한 명과 연결됐으나 그 사람은 배를 타지 않은 인물이었다.
돌고래호의 V-PASS 신호는 사고 발생 1시간여 전인 5일 오후 7시 38분께 추자도 예초리(하추자) 북동쪽 500m 해상에서 완전히 끊긴 것으로 해경 조사에서 확인됐다.
승선자들과 연락이 안 되고 선박의 위치신호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재난을 직감했어야 했음에도 상부 보고는 늦어진 셈이다. 이 때문에 해경의 사고 해역 출동과 구조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해경은 최초 신고 기준으로 25분 후인 9시 5분께 출동신고를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라는 세월호 사고의 교훈이 이번에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결과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당시 추자안전센터로서는 통화가 사고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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