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시절 '국가원수모독죄', 폐지 27년 만에 위헌 결정

2015. 10. 2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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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국가를 비방하면 처벌하도록 했던 1970∼80년대 국가모독죄를 헌법재판소가 조항 폐지 27년 만에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헌재는 21일 서울중앙지법이 양성우 시인의 재심 중 제청한 옛 형법 104조의2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의 결정으로 과거 국가모독죄로 처벌받았던 사람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헌재는 “당시 언론이 통제되던 상황과 민주화 이후 이 조항이 삭제된 정황을 고려할 때 해당 조항의 입법목적이 국가의 안전과 이익 등에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형사처벌로 표현행위를 일률 규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위헌을 선언했다.

헌재는 이 조항이 국가와 국가기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하며, 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국가모독죄는 유신 시절인 1975년 3월 만들어졌다.

내국인이 국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그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안전, 이익,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는 내용이었다.

헌법에 따라 설치된 대표적인 국가기관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흔히 ‘국가원수모독죄’라고도 불렸다.

유신정권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는데 악용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 법은 민주화 이듬해인 1988년 12월 여야합의로 폐지됐다.

1970년 등단한 양성우 시인은 1975년 시국기도회에서 ‘겨울공화국’이라는 시를 발표했다가 교사직에서 파면됐다.

이후 1977년 6월 일본잡지 ‘세카이’에 발표한 장시 ‘노예수첩’에서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라고 표현하고, 인권탄압으로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국가모독과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79년 건강악화로 가석방된 그는 법원에 재심을신청했고, 서울중앙지법은 국가모독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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