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버스 못탄 수도권 주민 "경기도 사는 게 무슨 죄냐"
인천시 서구 석남동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은 6시 40분. 평소에는 7시 10분쯤 나왔지만 광역버스 입석금지가 16일 전면 시행된다기에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왔다. 정류장에는 이미 15명 정도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버스가 오는 게 보였다. '기점에서 두 정거장 밖에 안되니 탈 수 있겠지' 하는 바람도 잠시. 버스는 정류장을 그냥 지나쳐 갔다. 이미 만원이었던 것이다. 평소 같으면 충분히 타고도 남았을 텐데 사람들이 걱정이 앞서 기점으로 몰린 것 같았다.
또다시 15분을 기다려 온 버스. 다행히 좌석이 있었다. 여기서 버스는 이미 만원. 고속도로 진입까지 남은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주민들은 그냥 문을 열어주지 않는 버스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고속도로 진입하기 직전 마지막 정거장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은 이미 화가 머리 끝까지 나 있는 모습. 벌써 몇 대나 놓쳤는지 일부는 버스 출입문을 두드리며 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굳게 닫힌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고속도로에 올라섰지만 그렇다고 출근길이 순탄해진 것은 아니었다. 평소보다 2배는 많아 보이는 차들로 경인고속도로는 이미 초만원. 아마도 광역버스 입석 금지 소식을 듣고 아예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버스는 엉금엉금 기어 8시 30분이 다 돼서야 겨우 시내로 들어섰다. 보통 1시간 정도면 가는 거리를 1시간 30분이나 소비했던 셈이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8시 55분. 겨우 지각을 면했다.
이러한 혼란을 당국이 아예 예상 못한 것은 아닌 듯하다. 인천시는 이날부터 서울~인천간 19개 노선 중 14개 노선 34대를 증차하고, 5개 노선은 집중 배차하여 입석금지에 따른 교통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경기도도 모든 승객이 앉아서 갈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에 서울 158대, 인천 2대, 도내 28대 등 총 188대 버스를 증차 운행했다. 배차 간격도 1분~10분씩 단축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도 경기도 주민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출근이 어려워지다 보니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경기도 주민들의 불만은 높을 수 밖에 없다. 같이 버스를 탄 윤모(26)씨는 "이제 얼마나 더 일찍 출근길에 나서야 할지 막막하다"며 "그나마 지금은 대학생들이 방학이지만 개강 시점이 되면 더 큰 대란이 다가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승객도 "경기도 주민이 무슨 죄냐. 서울로 다시 들어가란 얘기냐"라며 "도대체 정책 당국자들이 광역버스를 타보기나 했는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망에도 출근 지옥을 경험한 시민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폐지해라 망했다. 1시간째 출근 못하고 있다" "한 시간 기다리다 결국 출근 못해서 신랑 차 타고 가네요. 누굴 위한 정책인지 버스 증편해도 정류장 근처에 사는 사람들만 편한거고 결국 끝자락 사람들 계속 버스 못타기는 마찬가진데" 등의 불만을 토로하며 근본 대책을 촉구했다.
윤혜진기자 jt_y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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