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부검의, "패터슨 이 진범일 가능성 있다" 증언

박태훈 2015. 11. 1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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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전 '이태원 살인사건'당시 부검을 맡았던 이윤성(62) 서울대 의대 교수가 아더 패터슨(36·당시 18세)이 진범일 가능성이 있다고 증언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 심리로 살인혐의로 기소된 린 패터슨에 대한 두번째 공판에서 이 교수는 당시 사건을 재구성했다.

1997년 당시 검찰은 이 교수의 증언을 토대로 에드워드 리(36·당시 18세)를 진범으로 기소했고 1·2심 재판부도 이를 받아 들였다.

당시 1·2심 재판부와 검찰은 "조씨보다 키가 작은 패터슨이 수평 방향의 칼자국을 낼 수 없다"며 조씨보다 키가 큰 리를 범인으로 봤다.

이와 관련히 이 교슈는 "패터슨이 범인일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검찰이 "패터슨처럼 조씨보다 작은 사람이 조씨의 목을 이 사건처럼 가격할 수 있느냐"고 묻자 이 교수는 "그렇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런 모양의 상처가 남도록 찌르려면 칼이 (어깨) 위로 올라가면 불편할 거라고 생각해서 조씨보다 범인이 클 거라고 봤다"며 "키가 크다, 작다는 개념은 150~160㎝ 상당인 사람이라면 많이 불편할 것이라는 취지였다"며 반드시 그렇다(키 큰 사람)는 아님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조씨와 패터슨 사이의 4㎝ 키 차이에 대해) 조씨가 차렷 자세로 서 있는 상황도 아닐 거고 소변을 볼 때 다리를 벌리거나 하면 키가 작아질 수도 있다"며 "(두 사람의 키 차이 때문에) 패터슨이 확실하게 범인이 아니라는 취지의 진술은 아니었고 (키가)진범이 누구인지를 판별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됐다는 말에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조씨가 메고 있었던 배낭의 존재에 대해 이 교수는 "부검 당시에는 몰랐다"고 했다.

이번 재판에선 검찰은 조씨가 배낭을 메고 있었고 패터슨이 조씨의 가방을 낚아챈 뒤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씨에게 저항한 흔적이 없었던 이유도 논란거리가 됐다.

18년 전 재판에서는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범인에게 조씨가 제압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키가 크고 건장한 리가 진범으로 지목됐다.

이 문제에 대해 이 교수는 "범인이 조씨를 제압하든지 초기에 치명상을 만들든지 더 이상 반항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었을 거란 취지의 소견이었다"며 "9개나 되는 상처가 생기는 동안 전혀 저항한 흔적을 만들지 못했다는 건 초기에 치명적 손상을 입어서 저항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칼로 치명상을 입힌 상태였다면 체구가 작은 패터슨도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조씨를 제압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날 재판에선 패터슨의 현장 진술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패터슨은 "세면기와 소변이 사이에 서서 범행을 목격하는 사이 조씨가 (자신에게로) 쓰러졌다"고 했다.

당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는 세면기 오른쪽에 많은 양의 피가 묻어 있었다.

이에 대해 패터슨 측은 줄곧 "조씨의 피가 내 뒤로 흘러내려 세면기를 적셨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러려면 패터슨 뒤쪽에 피가 굉장히 많이 묻어야 한다"며 "그 정도로 피가 흘러내리려면 피해자가 서 있을 수가 없다"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러면서 "세면기에 묻은 일부 혈흔은 조씨가 만든 것일 가능성이 있다"며 "바닥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세면기를 잡기는 어렵지만 앉은 상태에서 손만 올리면 오른쪽 세면대는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진범의 몸에 조씨의 피가 적게 묻을 가능성은 굉장히 낮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고 진술했다.

패터슨의 경우 범행이 일어난 직후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정황이 나왔지만 리의 경우 당시 입었던 셔츠에 피가 거의 묻지 않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교수는 "조씨가 흘린 피가 우연히 범인에게 가지 않았고 가슴을 찔릴 땐 구부리고 있었다고 하면 진범의 몸에 피는 적게 묻을 수 있다"고 패터슨이나 에드워드 리의 몸에 묻은 피로 진범을 따지기 힘들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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