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람들', MBC 보도국 요직 차지
박용찬·박승진, 취재센터장·정치부장으로… "김재철 체제보다 편파보도 기조 굳어질 것"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
MBC가 이틀에 거쳐 보도국 인사를 단행했다. '김재철 체제'에서 편파보도 및 부적절 발언 논란을 일으킨 보도국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MBC 편파 보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보도국 정치부장 및 기자들이 이번 인사에서도 요직을 차지했다. MBC는 23일 박승진 청와대 출입기자(1진)를 정치부장으로 발령냈다.
박 정치부장은 김재철 전 사장이 해임된 후 허태열 비서실장과의 오찬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바 있다. 허 비서실장이 '후임 사장이 누가 됐으면 하느냐'고 묻자, 박 기자는 "정치색 있는 노조와 무관한 사람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논란 당시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허 실장이 의도를 갖고 물어본 것도 아닐 테고, (현재 MBC) 사장이 공석이니 그렇게 물어봤을 것이고, 나 역시 원론적 입장에서 말한 것"이라며 "사장이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화제를 삼을 수 있는 내용이어서 개인적으로 해준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철 전 사장이 해임된 뒤 MBC 정상화를 위해 공정한 인사가 차기 사장으로 선임돼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던 민감한 시기에 청와대 출입기자가 노조의 정치색을 거론하며 차기 사장 기준을 밝힌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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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4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입구에서 김장겸 보도국장이 대선TV토론 참석을 위해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이치열 기자 truth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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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영 경제부장 역시 정치부 기자 시절 김 당시 정치부장과 함께 편파 보도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던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MBC는 하루 전인 22일 '김장겸 보도국장' 인사를 단행했다. 김 보도국장은 정치부장 시절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박사논문 표절 의혹 및 사찰 의혹을 편파적으로 보도했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 MBC 기자회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
MBC 기자회는 당시 "그가 지난해 장관 인사청문회와 내곡동 사저 의혹 보도를 누락할 때와 똑같은 논리로 '내가 보니 의혹 될 만한 게 없더라'는 자의적 기사 판단을 고집하는 것을 우려하며, 그 명석하지도 우수하지도 않은 판단력으로 50년 된 방송사를 망치는 행위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MBC는 또한 23일 보도국 부국장에 김대환, 특임국장에 박승규, 취재센터장에 박용찬, 사회1부장에 권순표, 네트워크부장에 박상후, 스포츠취재부장에 김대근, 인터넷뉴스부장으로 한정우를 발령냈다.
박용찬 취재센터장도 편파보도의 책임자로 분류된다. 사회1부장 시절 '김문수 경기도지사 119 논란'을 보도에서 누락시켜 김 국장과 함께 지난해 기자회 제작거부를 촉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BC 내부에서는 김재철 체제의 보도 논란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효엽 기자회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김장겸 의 보도왕국이 세워졌다"면서 "김재철 체제에서의 편파보도 책임자들이 오히려 더 책임 있는 자리로 갔다. 편파보도 기조가 더 굳어질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회장은 이어 "김종국 사장은 '직을 걸고 공정방송을 실현하겠다'고 말하면서 김장겸 정치부장을 보도국장으로 앉히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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