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제2 롯데월드 미스터리..7월 오픈이 '물 건너간' 이유는?
● 제2롯데월드 미스터리 ① '4월 개장' 호언장담 해놓고, 정작 사용승인 신청은 6월에 한 이유는?
요즘 참 제2롯데월드에 대해 말들이 많죠?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지는 것부터 잠실 일대에 생겨난 원인을 알 수 없는 구덩이인 '싱크홀(Sink hole)까지, 모두 제2롯데월드가 원인이란 얘기가 무성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제2롯데월드는 정확하게는 잠실 롯데월드 옆에 555m 높이로 올라가고 있는 타워와 타워 주변의 저층부 상업시설을 뜻합니다.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들은 제2롯데월드의 현재 상황과도 참 닮아있습니다.
원래 롯데는 올 4월에 타워를 제외한 저층부 상업시설을 전면 오픈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건설과정에서 화재와 인명 사고 등 불미스런 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그러면서 '4월 개장'은 '5월 개장'으로 바뀝니다. 5월이 되자 이번엔 '7월 개장설'이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이렇게 개장하는 시기가 구체적으로 소문이 나는 것이 서울시를 취재하는 저에겐 참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개장을 하려면 롯데는 서울시에 상업시설 사용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5월 초까지 서울시에 <사용승인신청서>조차 내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용승인 신청서를 내도, 서울시가 관련 부서와 관계 기관 협의를 거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서울시조차 알 수 없는데, 어떻게 언제 개장한다는 얘기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는 걸까 싶었던 겁니다.
당초 4월에는 기필코 영업을 시작하겠다고 했던 롯데는 왜 5월이 되도록 사용 승인 신청서 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걸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중소 건설사도 아닌, 국내 굴지의 상업시설을 대한민국 전역에서 지어본 롯데그룹인데 말입니다.
결국 롯데는 제2롯데월드 저층부 <사용승인 신청서>를 6월 9일에야 서울시에 제출합니다. 호기 있게 4월에 문을 열겠다고 해놓고 6월이 지나서야 "문 좀 열게 허락해 달라"는 신청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제2롯데월드에 대한 롯데의 고민이 깊었다는 얘기도 되지만, 동시에 문을 열기에 그만큼 준비가 안된 상태임을 확인해 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롯데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요? 여기서 더욱 더 완벽하게 개장 준비를 하기 위해 개장 시기를 늦췄다는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이미 롯데는 4월 개장을 기정사실화하고 거기에 맞춰 내부공사와 입주업체들과 임점계약을 하고 심지어 일할 신규 판매직원까지 뽑았으니까요.
준비가 되지 않아도 밀어붙이면 서울시는 승인 허가를 내줄 것이란 안일한 생각이었을까요? 설마 롯데 같은 굴지의 대기업이 그런 오만한 자세를 갖지 않으리라 생각하기에 이 부분은 여전히 저에겐 미스터리입니다.
● 제2롯데월드 미스터리 ② '지각승인신청'에 '허술한 대책'까지….
6월 9일에 롯데가 제2롯데월드 저층부 <사용승인 신청서>를 제츨하자 서울시는 신청을 받아줄지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갑니다. 검토작업은 간단치 않습니다.
일단 제2롯데월드가 문을 열었을때 영향을 미치는 교통, 건축, 안전 등 서울시 내부의 30개가 넘는 관련 부서들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여기에다 서울메트로에게 제2롯데월드 개장으로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는지 묻는 등 서울시 산하기관의 의견도 청취합니다. 이렇게 서울시 내외부 기관의 의견 청취를 다 듣고 보름 이내에 사용승인 여부를 롯데 측에 통고해줍니다.
한 달이 지난 7월 14일, 결국 서울시 내외부의 의견이 최종 회의를 통해 취합됐습니다. 사용승인 가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회의였기에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취재했습니다.
아래의 자료가 바로 회의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내용입니다.
그런데,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놀랍습니다. 롯데는 사용 승인 신청을 하기 전에 반드시 공사가 완료되어야 하는 11건에 달하는 법정사항조차 지키지 않고 신청서를 낸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안 지킨 법정사항에는 점자블록 설치를 다시 하는 것부터 건물 주변의 보도 일부가 침하된 것까지 다양합니다. 여기다 중앙버스정류소 시설 완공과 교통 체계개선 사업 등 사용 승인 신청을 받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들을 무려 37건이나 갖추지 못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롯데가 서울시가 임시 사용을 허락할지 말지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 하는 핵심적인 자료는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회의내용을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측은 재난안전대책도, 교통수요 관리계획도, 공사차량은 어떻에 운용할지에 대한 계획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 회의내용을 취재하고 나니, 제가 아까 품었던 미스터리가 더욱 풀기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누가 봐도 사용 승인 신청을 내주기 어려울 만큼 준비가 안 된 자료를 내놓고 롯데는 무슨 자신감으로 입점업체와 계약을 하고 직원들을 뽑았을까? 그보다 앞서 제2롯데월드 얘기가 나오면 누구나 걱정하는 '안전과 교통' 문제에 대한 해법을 고민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았을까요?
● 제2롯데월드 미스터리 ③ 물 건너간 7월 개장…앞으로 제2롯데월드는 어떻게 될까?
일단 서울시는 이르면 오늘, 늦어도 이번 주안에 제2롯데월드 저층부 사용 승인을 해줄지, 말지에 대한 답을 내놓는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앞서 보신 것처럼 사용 승인을 내주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사안조차 갖추지 못해 서울시가 사용 승인 허가를 내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입니다.
일단 사용 승인이 반려되면, 서울시가 보강하라고 지적한 사항들을 모두 보강한 다음 다시 사용승인 신청서를 서울시에 접수해야 하고, 또 서울시는 롯데가 다시 제대로 보강을 했는지 검토한 뒤 다시 한번 승인 여부를 통보해야 되므로 현실적으로 7월 개장은 물 건너 간 셈입니다.
문제는 이제부텁니다.
롯데와 계약한 입주업체들은 벌써 석 달째 기약 없는 개장일만 기다리고 있고, 올 3월에 신규 채용된 직원 천 여명도 하염없이 대기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제계 일각에선 제2롯데월드 개장 지연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얘기도 들려옵니다.당장 문을 열겠다는 제2롯데월드 저층부의 상업시설의 안전도와 교통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결국은 사람의 안전만큼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겁니다.
일단 엄청난 유동인구가 밀집하는 '제2롯데월드'같은 건축물은 일단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정말 개장을 해서 엄청난 사람들이 오고 가도 안전한지, 교통문제는 없는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합니다.
초대형 상업시설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겠다는 롯데가 그에 걸맞는 대책을 세우고, 서울시는 시민을 대신해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 따져보는 과정이 제대로 이뤄졌을 때 개장하는 것이 제2롯데월드의 최적의 개장 시점일 겁니다.
최효안 기자 hyo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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