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 체육학과의 '군기잡기'..욕설·구타에 "싫으면 나가라"
경기도의 한 대학교 체대에서 선배 학생들이 신입생들에게 단체기합을 주거나 구타하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폭로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15일 경기 수원시 소재의 한 대학교 체육학과 신입생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남긴 글에서 "이 잘못된 규정과 군기를 없애고 싶다"며 장문의 글을 남겼다.
이 글에 따르면 올해 이 학교에 입학한 글쓴이는 개강 이후 수 차례 단체기합을 받았고 선배들이 구타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글쓴이는 글에서 "오티(OT·오리엔테이션) 내내 체력 증진과 동기애를 키운다는 이유로 기합을 받았다"며 "개강 첫주 내내 오후 12시부터 1시간 동안 '화합의 장'이란 명분으로 점심도 못 먹고 기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개강 셋째날 기합시간에는 새내기 교육을 똑바로 못했다며 13학번 학생회 형들이 엎드린 채 고학번 선배님께 걷어차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글쓴이는 '체육학과 규칙' 이라는 제목의 문서도 공개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이 학교 체육학과 신입생들은 선배에게 '다나까' 말투를 사용해야 하고 선배에게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을 보낼 때는 반드시 '관등성명'을 대야 한다.
학교나 학교 근처에서 이어폰이나 슬리퍼, 액세서리, 모자, 서클렌즈 등을 착용하는 것은 금지된다. 머리 염색과 파마도 할 수 없고 여학생은 화장도 해서는 안된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닐 수도 없고 반드시 명찰을 착용하고 다녀야 한다. 학교 밖에서 선배를 만나면 반드시 모자를 벗고 '관등성명'을 대야 한다.
글쓴이가 공개한 카카오톡 캡처에는 "카톡 읽은 애들 관등성명 빨리 처 안 하냐" "OT때 이따위로 배웠냐. 더 굴러야 말끝에 '요' 안 붙이겠냐" "지금 속으로 아 이 XX 뭔데 XX이냐 하는 애들 있을 텐데 그냥 닥치고 있어라" "니네 하고 싶은 대로 하려면 체대를 나가라" 등의 욕설과 폭언이 난무했다.
신입생들끼리 "우리가 대면식 이후로 잘 못하면 ㅇㅇ형이 하키채들고 '빠따' 칠 수도 있다" "선배들 계실 때 절대 휴대폰 하지 말자" "술 따라드릴 때나 받을 땐 관등성명 잊지 말고 안주 챙겨드리자" "누군가 한 명이 잘못하면 14학번 전체가 혼난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글쓴이는 "대다수의 동기들은 이미 이 전통이라는 명목의 군기를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우리가 먼저 달라지지 않으면 다음 학번 후배들도 이렇게 부당한 규정들을 강요당할 것이라 생각해 제가 먼저 나서서 이 잘못된 규정과 군기를 없애보려 한다"고 썼다.
이 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이 글을 읽은 한 누리꾼은 댓글로 "나도 체대생인데 생활이 정말 힘들다. 용기내서 올린 글쓴이에게 감사하다"고 썼다.
이 대학 01학번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군대도 점점 좋아지는데 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구나"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나이 많아서 1년 일찍 들어갔다는 것 빼고는 뭐가 잘났다고, 군대도 아니고 유치하게 이러지 말라"고 질타했다. 현재 이 대학 체육학과 홈페이지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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