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송죽원' 이사장·원장 줄줄이 직무정지..무슨일 있었기에?
【서울=뉴시스】손대선·김지훈 기자 =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송죽원은 올 초 이사장의 횡령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보육시설(고아원)이다.
28일 서울 서대문구 등에 따르면 구 감사과는 지난해 12월 송죽원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 이사장 유모(86)씨의 횡령 혐의를 포착해 올해 1월 유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시에는 유씨의 이사장직 해임을 건의했다. 유씨는 벌금형에 처해졌으며 횡령액 일부는 반환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유씨에게 직무집행 정지를 통보했다. 송죽원 관계자들은 후임 이사장 역시 유 전 이사장의 측근이라는 의혹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의 12년 측근으로서 다수의 횡령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던 박모 원장이 납득할만한 해명 없이 다시 원장자리를 꿰찬 게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은 보육원 후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법인이사가 출연한 후원금인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방식 등으로 최근 5년여간 후원금 수천만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2008년 1월부터 지난해까지 시설 아동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비지정 후원금 수천만원을 생필품 구입비 등 개인용도로 쓰거나 법인 이사들이 시설 운영을 위해 출연한 것처럼 서류를 꾸민 사실이 구 감사과 조사 결과 파악됐다.
박 원장(당시 부원장)도 정도의 차이일 뿐, 유 전 원장 못지 않았다. 박 원장은 2008년 송죽원에서 퇴소한 손모씨에게 정부가 지급한 '퇴소아동자립정착금'의 가로챘다가 손씨가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하자 반환했다.
이러한 사실을 감사로 파악하게 된 서대문구는 이에 대한 '형사고발'을 진행하려 했으나 '개인진술'을 바탕으로 확인한 사실이라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착금'을 원장이 유용했던 사실을 파악했다던 경찰은 이와 관련된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사실을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던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당시 이와 관련된 모든 실무를 담당했던 직원 이모씨는 보육원 자체 조사에서 "잠시 빌렸던 것"이라는 말을 한 뒤 퇴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 원장도 "며칠 동안 빌려쓰고자 했을 뿐 문제가 제기되자 바로 돈을 마련해 갚았고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아이를 위한 것인데, 생각 차이인 것 같다. 아이와의 생각 차이다. 아이를 자립시키려고 하다보니 그랬다. 아이의 생각을 안 듣고 한 것은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박 원장은 심지어 후원금의 일부를 이사장의 지시라며 외국 유학을 간 자신의 아들에게 부치기까지 했다. 원생들에게 사용되야 할 돈의 일부가 개인 용도로 사용된 것이다.
이에 대해서 박 원장은 "한번도 인사도 없고해서 그동안 애썼는데, 대가가 없었다며 (이사장님이)주시니까 안 받을 수 없었다. 고맙게 받았다"며 말했다.
일련의 의혹에도 불구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뒤 원장 자리에 복귀했지만 박 원장의 앞길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서대문구는 유 전 이사장 횡령 사건과의 연관성 등을 이유로 박 원장의 취임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송죽원 이사회 측은 지난 22일 박 원장에 대해 직무정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박 원장은 직무정지일 뿐, 퇴출된 게 아니라며 출근을 강행하고 있다. 직무정지 명령을 내린 이사회도 이런 박 원장의 돌출행동을 용인해주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박 원장은 지난 22일까지만해도 자신에게 주어진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로부터 기소유예를 선고받았기 때문에 무죄"라는 궤변을 펼치다가 '기소유예'란 피의자의 연령이나 환경 등을 고려해 검사가 기소를 하지 않고 용서해주는 것을 말하지만 엄연히 범죄사실은 인정된다는 지적에 27일에는 "죄는 인정한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박 원장은 나아가 자신에 대한 표적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원지로 유력 정치인의 부인을 거론하는 등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서대문 구청장의 배후에는 F씨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F씨는 송죽원 창립자인 박현숙 여사의 손녀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사장과 원장이 시차를 두고 줄줄이 직무정지를 당하는 복잡한 상황 탓에 송죽원은 현재 전임 원장 세력과 현 원장 세력으로 양분된 상태다.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모양새다.
모든 업무에 대한 최종 결재를 사무국장이 맡고 있으며, 박 원장은 개별적인 후원금 모집에 열중하는 등 사분오열된 모습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관선이사를 투입하는 등 송죽원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권력 구조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실상 정상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토로했다.
한편 송죽원에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서울시에서만 9억9500여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여기에 후원금으로는 2억1300여만원이 더해져 한 해 예산만 12억여원에 달한다.
현재 송죽원에는 갓난아기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40여명의 여자 원생들이 생활하고 있다. 송죽원 내 지역아동센터에는 취약계층 아동 20여명이 다니고 있다. 직원은 원장을 포함해 1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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