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4대江 생태계.. 멸종위기種 대거 사라져

박은호 기자 입력 2013. 5. 1. 03:13 수정 2013. 5. 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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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첫 공식 보고서..강물 흐름 정체되며 호수化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의 생태계가 이명박 정부가 22조2000억원을 들여 실시한 '4대강 사업' 이전보다 확연히 달라졌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강 중간에 보(洑)를 설치하자 강물의 흐름이 정체되면서 흐르는 물에 잘 서식하는 어종(魚種)이 줄고, 일부 멸종위기종은 4대강 본류에서 자취를 감췄다.

30일 환경부가 발표한 '4대강 보 설치 구간 수(水) 생태계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남한강 이포보 등지에서는 2011년까지만 해도 수달(1급 멸종위기종)이 서식했지만 보가 완공된 2012년에는 수달 서식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남한강 중간에 있던 섬이 4대강 공사로 훼손되고 강변이 콘크리트로 덮이면서 수달이 이곳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는 4대강 16개 보의 상류와 하류 1㎞씩 2㎞ 구간에서 실시한 것이다.

지름 약 20㎝에 높이가 15㎝ 안팎 되는 대형 조개인 귀이빨대칭이(일명 말조개·1급 멸종위기종)도 4대강 공사 전에는 낙동강 본류 구간에서 종종 발견되다 공사가 시작된 2010~2012년까지 3년 동안에는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흰수마자(1급 멸종위기종)는 낙동강 지류인 감천 하류에서 2010년에 24마리 관찰됐으나 2012년에는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고, 금강 본류인 금강보 주변에서도 사라졌다. 물이 맑고 얕은 곳을 좋아하는 흰수마자가 4대강 공사로 물이 깊어지고 수질이 나빠지는 등 환경이 변하자 본류 구간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다. 여울(강바닥이 얕아 물살이 세게 흐르는 곳)에 잘 사는 꾸구리(2급 멸종위기종)도 남한강 곳곳에서 서식했으나 보 공사가 끝난 2012년에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4대강이 사실상 호수로 변하고 수질도 나빠지면서 오염되거나 고인 물에 잘 적응하는 붕어·피라미·누치 같은 어종은 오히려 늘어났다"면서 "흐르는 물에 잘 사는 하루살이·강도래 같은 무척추동물도 2010년 48종에서 2012년 18종으로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토종 식물들이 자라는 곳에 침투해 번식을 방해하는 생태계 교란 식물의 수는 4대강별로 각각 1~2종씩 늘어났다.

이처럼 4대강 공사 이후 바뀐 생태계는 4대강에 세워진 16개 보가 계속 존재하는 한 앞으로 변화 속도가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보 설치 공사가 생태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판단하려면 지난 3년간 조사에 이어 앞으로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4대강 사업 검증위원회'를 곧 구성해 수질과 생태계, 보 안전성 등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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