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동안 6번 해고된 학교비정규직 이씨의 슬픈 사연

입력 2013. 1. 25. 13:53 수정 2013. 1. 2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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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은 행복하다. 해고 없이 일하고 싶다"…눈물 호소

[미디어오늘 강성원 기자]

인천의 A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김씨(여·46)는 특수교육보조원이다. 그는 학교에서 특수교육교사를 도와 몸이 불편한 장애 아동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요즘은 방학이라 일이 없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임금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수시로 그를 부른다.

"연간 근무일수 기준이 실제로 연봉 책정 기준이에요. 근데 275일 기준이라는 게 주5일제 이전에 생긴 거라서 근무 일수만큼 임금을 받으려면 방학 때도 불려 나가 일해야 해요"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기 전 특수교육보조원의 근무일수는 방학 3달을 제외하면 275일이었다. 하지만 주5일 도입 후 실제 근무 일수는 줄었지만 연봉 책정 기준에 맞추려면 방학 때도 나와서 일해야 한다.

김씨는 지난 2007년 보조원 일을 처음 시작해 올해로 근속 연수가 5년이 넘는다. 처음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2년을 일하고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정규직 특수교육교사에게 따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최종 고용권한은 학교장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특수교사와 사이가 좋으면 쭉 일할 수도 있지만 학교에서 특수교사와 보조원의 관계는 굉장히 종속적이어서 개인적으로 찍히면 계약만료시 재계약이 안되기도 해요"

24일 오전 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조합원들이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실제로 특수교사와 보조원의 관계는 취업시 보조원이 서명하는 근로계약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학교마다 조금식 차이가 있지만 인천지역 모 학교의 취업규칙에는 "특수교육보조원은 정규교사의 지시와 감독아래 지원업무를 수행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물론 특수교사와 보조원은 고용 조건뿐 아니라 임금체계도 다르다. 보조원의 경우 정규직 특수교사가 받는 임금의 65.7%를 받는다. 김씨의 경우 각종 수당을 제외하면 90만원 안팎의 급여를 받는다고 한다.

수당의 경우에도 정규직과 현저히 차이가 난다. 우선 비정규직은 명절휴가비와 성과·상여금을 받지 못한다. 장기근무가산금도 2~3년 단위로 1만원 꼴이다. 1년 단위로 계약하는 비정규직은 이마저도 받지 못한다. 정규직의 경우 장기근무가산금과 함께 연차에 따른 호봉이 있고 일정 연차 이상 근무할 경우 정근수당을 받는다.

"호봉제까지는 바라지도 않아요. 각종 수당이라도 현실화 해줬으면 좋겠어요. 가족수당도 자녀 1명 당 2만원을 받지만 만 20살 이상이면 이마저도 없어요. 제가 딸만 둘인데 큰 딸은 나이를 초과해 올해부터는 1명분만 받아요"

김씨는 이전 학교에서 해고된 후 4개월가량을 실업자로 지냈고, 지금의 학교에서 3년이 넘게 일하고 있다. 장기근무수당을 받고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지만 고용이 불안한 건 여전히 마찬가지다. 장애아동 수가 줄거나 학급수가 감소하면 학교에서 교육청에 보조원 배치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학급 배치가 되지 않으면 무기계약직이라도 해고될 수 있다.

그가 영하의 날씨에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차디찬 보도블럭 위에서 비정규직 동료와 함께 연좌농성에 나온 이유도 바로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날 농성장에는 김씨 외에도 6년 동안 무려 6번이나 해고와 채용을 반복한 한 비정규직 특수교육보조원을 만날 수 있었다. 현재 서울 수도여고에서 근무하는 이씨(여·52)는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지적장애 아들을 홀로 부양하고 있는 한부모가정의 가장이다.

그는 지난 2007년 서울 영화초등학교에서 보조원 일을 시작해 5번이나 학교를 옮겨 다녀야 했다. 지금은 2월 28일자로 해고 예고 통보를 받은 상태다.

이씨는 "제게는 생존의 문제가 걸린 상황이다. 이 추운 겨울 거리로 내몰리는 서러움을 자녀들에게는 대물림 시키지 않도록 도와달라"며 "특수교육보조원의 일은 행복하다. 해고 없이 계속 근무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전국의 모든 교육청이 이처럼 열악한 노동 조건에 처한 비정규직을 방관하는 것은 아니다. 전라북도교육청의 경우 지난 17일 '2012년 학교회계직원 근로조건 및 처우 개선 계획'을 발표하고 2년 이상 계속 근무자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고, 주5일수업제 실시에 따른 토요일 유급제 적용하는 등 전향적인 정책을 내놨다. 무엇보다도 김승환 교육감의 개혁 의지가 강했고 도의회가 적극적으로 협력한 결과다.

전북교육청은 또 임금인상을 비롯한 5세 미만 자녀에 대한 보육수당 등 각종 수당을 신설하고 학교통폐합과 학급·학생수 감축 등에 따라 해고되는 근로자에게는 '인력풀제'를 이용, 각 학교에서 수요 발생 시 우선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타 교육기관에서 근무한 이전 경력도 모두 인정키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학교회계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서울시의 경우에도 학교 비정규직 직원의 고용 안전을 위해 2년 이상 근무하지 않아도 평가를 통해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게끔 지도·안내하고 있다"며 "전북처럼 하기에는 서울시 교육 재정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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