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합의따라..정부, 더 이상 위안부 문제로 일본 비판 못해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2016. 8. 1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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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10억엔 출연’ 결정 의미
ㆍ25년 싸운 사죄·배상 법적책임 요구 10억엔으로 ‘종지부’
ㆍ소녀상 철거도 ‘어정쩡’한 표현…한국에 부담으로 남을 듯

한국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의 정부 예산을 출연하기로 최종 결정함에 따라 한·일 위안부 문제는 공식적인 종료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일본이 10억엔을 내게 되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지난해 12월 한·일 합의는 이행된 것으로 봐야 한다. ‘최소한 양국 정부 사이에서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의미한다. 1991년 8월14일 김학순 할머니(1997년 사망)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해 위안부 문제를 전 세계에 알린 이후 25년 동안 한·일관계 최대 현안이던 위안부 문제가 공식적으로 종료되는 것이다.

정부는 일본이 내는 10억엔이 정부 예산이라는 점을 들어 일본이 사실상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금을 지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해왔다. 이 때문에 10억엔을 받고 난 이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 공식 입장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우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배상과 관련해 정부는 “일본 정부에 법적 배상책임이 남아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05년부터 ‘위안부·사할린 동포·원폭 피해자 등의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서 다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의 추가 협의를 통해 해결됐다’고 입장을 재정리해야 한다.

2011년 헌법재판소가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부작위(不作爲)는 위헌’이라고 결정한 효력도 소멸된 것으로 봐야 한다. 정부가 일본과 협상을 재개해 문제 해결 노력을 했고, 결국 합의·이행까지 완료했으므로 위헌 상태를 벗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한·일 합의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로 일본을 비판할 수 없다. 한국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위안부 인권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제기해온 나라였지만 앞으로는 민간단체·전문가 외에 정부 차원 문제 제기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가 거론되는 빈도는 부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한·일 합의에서 어정쩡하게 표현된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철거 문제도 부담으로 남게 됐다.

일본의 10억엔 출연 결정이 이처럼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음에도 정부는 금요일 오후 기습적으로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형식으로 공개했다. 결정이 갖는 의미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았으며 외교부 대변인이 보도자료를 읽는 모습만 공개했다. 이날 결정의 의미가 최대한 부각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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