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X파일] '경마도박' 일본인 대포통장, 1인당 대가는..

류정민 입력 2016. 8. 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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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입국시켜 대포통상 개설, 관리·통역 등 분업화..항공료 등 1인당 200만원 지급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고속버스 택배로 대포통장이 전달된다." 검찰은 지난 4월 첩보를 입수한 뒤 은밀하게 수사에 나섰다. 대포통장은 범죄집단이 자신들의 범행을 숨기고자 애용하는 수단이다. 수사당국의 자금 추적에 혼선을 빚게 해서 수사의 칼날을 피하려는 목적이다.

인천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상진)는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 이후 다른 사건과 구별되는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다. 대포통장은 노숙자 등 신원 추적이 어려운 이들을 이용해 만들다가 국내 체류 중인 중국 동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이번에는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이들, 그것도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한 대포통장 모집 사건이었다. 검찰은 "기존에는 주로 국내 체류 중인 중국 등 국적 외국인을 대상으로 대포 통장을 모집했으나 이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일본 거주 일본인을 데려와 대포통장을 개설해 유통하다가 적발된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

인천지검 강력부는 사설 경마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일본인을 입국시켜 대포통장을 만든 사건을 수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설 경마·경륜·경정사이트 공동 운영자이자 일본인 명의 대포통장 모집 총책인 A씨는 지인을 통해 모집한 일본인을 국내로 데려와 대포통장을 개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인 관리와 통역은 각각 별도의 인물에게 맡기는 등 분업화된 형태로 역할을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

A씨 등의 요구를 받아들인 일본인들은 항공료 등 각종 비용을 포함해 1인당 200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등은 일본인 대포통장을 영업에 활용해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매월 대포통장 1개당 50만~70만원의 사용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서버업체 영업을 담당하면서 일본인 명의 대포통장을 유통하다가 도박사이트 운영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고자 서버 임대료가 국내보다 3배(국내 15만원, 외국 45만~60만원) 이상 비싼 해외 업체에서 서버를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현지에는 사설 경마 도박사이트 서버를 임대·관리해주는 업체도 마련했다. 특히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일본에서도 한국과 거리가 가까운 후쿠오카의 서버 임대·관리 업체를 선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 중국 등에 도박사이트 운영 시설을 마련한 뒤 340억원대 사설 경마·경륜·경정 사이트 등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4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달아난 운영자 3명은 지명수배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포통장, 유통, 서버 업체, 도박사이트는 유기적인 관계를 넘어 동업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인터넷을 매개로 증가세를 보이는 대포통장 유통을 철저하게 수사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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