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상점 10곳 중 9곳, 문 열고 에어컨 '씽씽'
“안 되는 건 아는데… 손님들 잡으려면 어쩔 수가 없잖아.”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상가.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달해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지만 매장 주변에서는 더위를 느낄 수 없었다. 영업 중인 가게 대부분이 출입문을 열어 놓은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개문(開門)냉방’을 해서다. 매장 입구 쪽에 붙어 걷거나 매장을 들락거리면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힐 수 있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오른 26일 중구 명동의 한 가게가 문을 열고 냉방기를 켠 채 영업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도 전에 개문냉방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상당수 가게들이 올핸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만큼 불볕더위가 예상되는 데도 벌써부터 냉방기를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고 있는 것. 정부의 절전 캠페인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실외온도(32도)를 기준으로 실내온도를 22도로 유지할 경우 문을 닫았을 때보다 열었을 때 최대 3.4배 많은 전력이 소비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문냉방 영업 단속 방침을 누차 밝혀왔다. 2013년 이후 지자체는 전력 사용이 급증하는 7∼8월에 집중단속 기간을 운용했다. 1차 적발 땐 경고장, 2차 적발 땐 과태료 50만원을 물리고 이후부터는 100만원, 200만원, 300만원으로 오른다.
하지만 당국의 단속 의지가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서울 중구가 지난해 집중단속 기간(7월6일∼8월28일) 동안 명동 일대 상가에 과태료를 물린 곳은 한 곳도 없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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