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씨 사건으로 본 대학생 '공시앓이'.."남 일 같지 않다"

사건팀 2016. 4.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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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 안된다..엄연한 범죄행위" "용기에 '감탄'..그 용기로 공부했으면 합격했을 듯" "인생 송두리째 망가져 안쓰러워..한국사회 돌아봐야"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7급 공무원 필기시험 성적을 조작한 송모씨. /뉴스1 DB

(서울=뉴스1) 사건팀 = 오랜기간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다 지친 수험생이 시험을 주관하는 정부부처 사무실에 침입해 성적 등을 조작하는 일이 벌어졌다.

송씨처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준비생들은 이번 일을 어떻게 바라볼까.

대부분의 준비생들은 "황당하다", "말이 안 된다"며 등 부정적 시각을 보였으나, 한편에서는 "안쓰럽다"는 동정론도 일었다.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 안된다"...엄연한 범죄행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준비생들은 대부분 송씨의 행위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노량진에서 송씨처럼 7급 공무원을 준비중인 이모씨(26·여)는 "그런 사람과 같은 시험을 봤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면서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시험 성적이 좋아도 그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공무원을 한다면 공무원이 돼도 문제"라고 말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표모씨(24·여)는 "기사를 읽어봤는데 예행연습도 하고 치밀하게 준비해 저지른 범행임을 알았다"며 "다 똑같이 어렵게 준비하는 시험인데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9급 공무원을 준비중인 이모씨(27)도 "송씨가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 합격에 대한 자신이 없어 그런 일을 저지는 것 같다"며 "한마디로 말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도 이런 일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송씨뿐만 아니라 보안에 소홀했던 행정자치부와 인사혁신처 모두 잘못이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또다른 9급 공무원 준비생인 김모씨(33)는 "송씨는 개념이 없는 사람이다"며 "'그렇게까지 공무원을 해야하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그러면서 "이번 일은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목적을 달성하려는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먹고 살기 힘든 현실에 대한 방증이다"고 말했다.

◇송씨의 용기에 '감탄'…"그 용기로 공부를 더하지..."

일부 준비생들은 송씨의 행위가 용감하다면서도 "그 용기로 공부를 더 했으면 좋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박모씨(27)는 "경쟁률이 지나치게 센 공무원 시험의 현실도 문제지만 이런 일을 실행할 생각을 한 그 사람도 대단한 것 같다"며 "보통의 수험생이라면 '시험 경쟁률이 많이 높다'고 생각하지, '내 성적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담당자 자리를 찾아내고 보안을 다 뚫었다는 것도 신기하다"며 "공무원 조직에서 이렇게 쉽게 보안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도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박모씨(22)도 "다른 사람은 엄두도 못 낸 일을 한 것은 용감한 것 같다"며 "그런 머리로 공부를 했으면 이미 합격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모씨(24)도 "공부를 오래하다 보니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며 "얼마나 합격이 절실했나를 따져보면 그 마음이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는 "공부를 2년 동안 해보니 공무원 되기가 보통 쉬운게 아니다"며 "경쟁도 심하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불합격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조금은 이해가 된다"고 덧붙였다.

노량진 학원가. /뉴스1 DB

◇"비판받아 마땅하나, 안쓰럽다"…송씨에 대한 '동정론'

반면, 송씨의 행위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준비생들도 있었다.

약 2년6개월 동안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씨(24·여)는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런 일을 저질렀겠느냐"며 "안쓰럽다"고 말했다.

7급 공무원을 준비중인 김모씨(25·여)도 "5년 동안 준비한 걸로 알고 있는데 계속 떨어졌다면 앞이 막막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시험 응시가 불가능할텐데 인생 자체를 놓고 보니 안쓰럽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여대에서 만난 이모씨(22·여)는 취업을 준비하지만 이번 사건에 관심이 많았다.

이씨는 "처음에 뉴스로 접했을 때 그 절실함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구나'고 생각했다"며 "한 곳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좌절됐을 때 얼마나 절박했는지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홍익대에 재학중인 박모씨(23)는 "송씨 일이 남일 같지 않아 이해가 된다"며 "나도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세상과 국가를, 정부를 원망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왜 공무원에 목매나"…한국 사회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그러나 송씨의 행동을 어떻게 평가하든지, 만난 학생들은 하나같이 '공무원'에 목을 매는 한국 사회 자체가 문제라는 평가다.

여대에서 만난 이씨는 "친구 10명 중 4명 정도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고, 이 중에는 명문대 재학생도 있다"며 "학생들이 꿈없이 공무원에 목을 매게 하는 한국 사회도 문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준비생들은 Δ뚜렷하게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점 Δ시간은 흘러가 막막하다는 점 Δ기업에 비해 좋은 복지와 정년 보장 등을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유로 꼽았다.

또 부모님들의 권유로 안정된 직장을 찾아 공무원을 준비하기도 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윤모씨(25·여)는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공기업에 다니시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공무원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씨는 "가장 큰 기업이 국가라고 하면, 국가가 망하기 전까지는 공무원은 삶이 보장된다는 아버지의 논리를 부정하기 어려웠다"며 "꿈을 갖고 노력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공무원을 준비했고 올해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송씨는 3월26일 인사처에 침입해 자신의 시험성적을 합격선인 75점으로 고치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아울러 경찰은 송씨가 앞서 치러진 지역인재선발 시험의 문제지와 답안지도 훔친 것으로 진술해, 이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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