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소는 일본군 스트레스 해소용"..위안부 교육자료 '황당'

최민지 기자 2015. 4. 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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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입장을 대거 반영, 주장이 잘못된 이유는 기술하지 않아"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일본 입장을 대거 반영, 주장이 잘못된 이유는 기술하지 않아"]

"그 얘기 들었어요? 명자가 3년 동안 일본군들한테 몸 팔다 왔대요."

"일본 정부가 위안소 제도를 만든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는 군인들을 위로하기 위함이다."

14일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초‧중‧고등학교 학생용 및 교사용 위안부 교재(감수용)에 실린 내용이다. 이 교재는 여성가족부가 역사교사모임인 '한일역사교류회'에 위탁해 제작됐다. 교육부에서 전문가집단으로 구성한 감수회의까지 마친 상태이며 현재 수정·보완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 달 중에 교재를 일선학교에 배포할 계획을 세웠다.

교재 제작 소식이 발표된 것은 지난 2월이다. 당시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적 왜곡이 심해지는 반면,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과 이해가 부족하므로 관련 교육자료를 개발·보급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도와 달리 위안부에 관한 일본의 입장이 지나치게 자세히 서술돼있어 오히려 교육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교사용 교재에는 위안부를 "자신의 의사에 반해 위안소에 동원된 여성들", "위안소에 동원되어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여성"이라고 설명돼있다. 여기서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는 '강제적'이라는 표현보다 현저하게 부드럽게 표현한 것으로 일본 측에 유리하게 기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위안소 안에서의 '성폭력'이 일어난 참상"이라며 "교재에 '강제동원 되었다'와 '의사에 반해서 동원됐다'가 혼용됐으나 감수 과정에서 '강제 동원됐다'로 일치시켰다"고 했다.

오히려 위안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을 자료도 있다. 교육용 동영상 자료에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해방이후 귀향한 소녀에게 동네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장면에서 "그 얘기 들었어요? 명자가 3년 동안 일본군들한테 몸 팔다 왔대요" 라는 나레이션이 나온다.

위안부의 영문 표기를 'Comfort Women'으로 표기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위로와 편안함을 준다'는 뜻은 가해자인 일본군의 해석이기 때문.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당시 시대상황을 보여준 역사적 용어이기 때문에 설명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이 읽는 워크북엔 초등학생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담겨 있다. 위안부들이 '성병 감염, 인공 유산, 불임 수술 등 폭력과 구타 속에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겪었다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한 의원은 "성병 감염이나 인공 유산 같은 표현이 중학생용 교재와 초등학생용에 똑같이 등장하는데 학생의 나이와 이해 수준을 고려해 세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중학생용 교재에 일본이 위안소를 만든 이유 네 가지가 상세히 서술돼 있는 것도 문제될 수 있다. 해당 교재는 △점령지역 여성에 대한 성폭행 방지 △성병으로 인한 병사들의 전투력 소모 방지 △스트레스 받는 군인들에 대한 위로 △민간 업소 이용 시 군대 비밀 누설 방지 등을 명목으로 내세워 위안부 제도를 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위안부를 동원한 일본 측 주장만 제시됐을 뿐 이런 논리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는 것이다.

한선교 의원은 "당국은 이달 중순에 자료를 배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점만을 맞추기 위해 서두르기 보다는 우리나라 학생들 모두가 볼 교재이고 올바른 역사관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한 만큼 충실한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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