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짚은 채 '한 표'..공직선거보다 '뜨거운 열기'

박종현 2015. 3. 1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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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 투표율 50% 대부분 넘겨, 일부 투표소 미숙한 운영 도마에
204곳 무투표 당선.. 옥중 재선도
충남 태안서 11선 '최다선 조합장'

사상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진 11일 조합원들이 적극 참여한 전국 곳곳의 투·개표소에는 당선자와 낙선자의 환호와 탄식이 엇갈렸다. 쌀쌀한 날씨를 보인 이날 오전 7시∼오후 5시 투표와 이후 진행된 개표에서 공직선거보다 더 뜨거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 11일 경북 안동시 임동면 중평리 투표소에서 한 주민이 투표를 마치고 나오면서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신발을 소독하고 있다.

◆당선자 각양각색… 무투표로 최다선, 여성 당선도, 옥중에서도

이번 선거의 최다선 조합장은 충남 태안군 근흥농협에서 당선된 함정경(72) 당선자이다. 이번에 11선 조합장이 되는 함 조합장은 상대 후보의 중간 사퇴로 무투표 당선됐다. 그는 1979년 9월 임명직 조합장에 취임한 뒤 36년간 연속해서 10선을 기록하고 이번에 전국 기록을 세웠다. 11선 당선 기록은 전국에서도 유일한 것이다.

여성 조합장도 잇따라 탄생했다. 충북 청주 청남농협의 안정숙(63) 당선자는 충북 최초의 여성 조합장이라는 타이틀이 갖게 됐다. 경남 함안군 가양농협 조합장 당선자인 이보영(60)씨도 도내 첫 여성 농협 조합장이라는 타이틀이 거머쥐게 됐다. 현직 조합장의 불출마로 무투표 당선된 이 씨는 미혼이다.

후보자의 득표수가 같아 재검표 끝에 연장자가 당선증을 받는 일이 잇따랐다. 경기 연천농협 조합장에 출마한 임철진(59) 후보와 김유훈(60) 후보는 1차 개표에서 545표씩, 임진농협 조합장 선거에 나선 이일구(61) 후보와 김인산(54) 후보는 304표씩 얻었다. 조합장은 연장자에게 돌아갔다. 제주 고산농협 선거에서는 홍우준(62) 후보와 이성탁(51) 후보가 287표 동표를 기록했다. 이곳에서도 연장자인 홍 후보가 최종 당선자로 이름을 알렸다.

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던 조합장이 연임에 성공한 경우도 있었다. 배인수(59) 광주 서창농협 조합장은 1561표 가운데 62.3%인 973표를 얻어 다시 당선됐다. 배 조합장은 지난달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사건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아 대법원에서 이대로 판결이 확정되면 직위를 잃게 된다.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진 11일 서울 강동구민회관에 마련된 천호 제1동 투표소에서 조합원들이 서울시산림조합장과 강동농업협동조합장 선출을 위한 투표를 하고 있다.남정탁 기자

◆지역마다 높은 열기… 공직선거보다 높아

전국 대부분의 투표소에서는 투표 시작 전부터 삼삼오오 모인 조합원들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들은 오전 7시 투표소 문이 열리자마자 바쁘게 안으로 들어가 한 표를 행사했다. 정오 무렵에는 투표소마다 이미 투표율 50%를 넘긴 곳들이 많았다.

투표 열기는 지역마다 차이가 없었다. 185명으로 가장 많은 조합장을 뽑는 경북지역에서는 전체 271개 투표소에 이른 오전부터 선거인들이 몰렸다. 부산 해운대구 좌2동 투표소에서는 한 수협 조합원이 목발을 짚은 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눈길을 끌었다.

◆첫 동시선거 의미 각별… 미숙한 운영은 도마에

높은 열기만큼이나 미숙한 운영 사례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경기도 안성시 양성중에는 이른 오전부터 조합원이 타고 온 트랙터·승용차·오토바이 등이 몰려 축구장 크기의 운동장이 순식간에 가득 찼다.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소가 이동이 불편한 곳에 설치돼 유권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투표소를 쉽게 찾지 못한 유권자들도 많았다. 투표소나 건물 외부에 엘리베이터 방향이 별도로 표시되지 않아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도 다수 목격됐다. 투표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불만 또한 적지 않았다. 전남 담양에 사는 김말구(68)씨는 "일찍부터 일을 시작하는 시골사람을 위해 투표시간을 조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원·천안=김영석·김정모 기자, 전국종합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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