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 과자' 업체 향한 유쾌한 꾸짖음
유성호(26·공주대 4학년) 장성택(25·경희대 4학년)씨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28일 오후 5시5분쯤 '과자뗏목'을 타고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윈드서핑장 인근에 도착한 두 사람은 하늘을 향해 노를 번쩍 들었다. 장씨는 "과연 한강을 건널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는데 성공해서 정말 기쁘다"고 했다. 이들은 오후 4시35분쯤 서울 송파구 잠실한강공원 선착장에서 과자뗏목을 띄운 지 30분 만에 폭 900m가량의 한강을 횡단했다.
'질소과자'로 불리는 제과업체의 과대 포장에 항의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과자뗏목 이벤트는 대성공이었다. 이들은 오후 3시쯤부터 봉지 과자 160여개를 테이프로 감고 비닐을 씌워 길이 2m, 폭 80㎝의 2인용 뗏목을 완성했다. 물살을 헤치기 쉽게 앞쪽은 뾰족하게 각을 세웠다. 유씨와 장씨가 올라타자 '정말 될까' 하며 지켜보던 시민들은 탄성을 질렀다. 처음엔 다소 뒤뚱거렸지만 이내 방향을 잡고 빠르게 강을 건넜다. 119수난구조대 경비정과 수상오토바이가 과자뗏목을 호위했다.
'질소과자'는 제과업체들이 과자봉지에 질소를 넣어 부풀리는 포장 방식을 비꼬는 말이다. 잔뜩 부풀어 양이 많아 보이지만 정작 과자는 얼마 안 들어 있다는 뜻이 담겼다. 인터넷에서 "질소를 샀더니 과자를 덤으로 주더라" 같은 우스개가 유행하다 급기야 질소의 부력을 이용한 뗏목 이벤트로 이어진 것이다.
행사장은 축제 현장을 연상케 했다. 선착장 주변에는 신기한 뗏목을 구경하려는 시민 200여명이 몰려들었다. 봉지 과자를 사들고 와서 뗏목 팀에 기부하며 색다른 '항의'를 반겼고, 일부는 '질소는 가라'는 제목의 랩송을 직접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
유씨는 "저희가 과자뗏목을 만드는 건 단순히 해학적 비판만을 위한 게 아니다"며 "국내 과자업체들이 소비자 중심의 사고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뗏목 제작에 쓰인 과자를 모두 보육시설에 기부할 계획이다.
뗏목 이벤트를 지켜보던 천모(27)씨는 "업체들은 과자의 변질을 막기 위해 질소를 넣는다고 하는데 그럼 예전에는 왜 지금처럼 넣지 않았느냐"며 "소비자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잘살아보겠다고 꼼수를 부리니 저런 이벤트도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과업체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과자의 손상을 막기 위한 포장 기술이 발달한 것인데 다소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소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개선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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