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들 "광역버스, '입석 금지' 시행으로 더 위험"

2014. 7. 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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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석 금지로 운행 횟수 늘면서 제대로 된 노선 교육 없이 임시로 기사 투입"

[CBS노컷뉴스 박초롱 기자]

경기도와 서울 간 고속화도로를 지나는 직행좌석형(빨간색) 광역버스의 입석 운행이 16일 첫차부터 금지됐다.

세월호 참사 등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인식이 한층 더 높아지면서 많은 시민은 '입석 금지'의 취지를 환영했다.

그런데 버스기사들은 "철저한 준비 없이 입석 금지가 시행되면서,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추가 근무에 노선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버스기사들도 '조마조마'

경기도의 한 버스회사에서 지선버스를 몰고 있는 버스 운전기사 A(50) 씨. A 씨의 탁상달력에는 주 5일 근무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번 달부터 달력에 적힌 근무 일수가 이틀이나 더 늘었다.

주중에는 지금까지 해 오던 지선버스 운행을 계속하면서, 쉬는 날을 반납하고 출퇴근 시간에 광역버스를 몰게 됐기 때문이다.

입석 운행이 금지되면서 광역버스 운행 횟수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A 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가 고정적으로 그 노선을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달에 두 번 정도 띄엄띄엄 근무를 하다 보니 일이 익숙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 씨가 추가로 맡게 된 일산-강남 광역버스 노선은 중앙도로와 가변도로를 계속해서 오가야 하는 복잡한 노선이라,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저절로 손에서 땀이 날 정도다.

회사는 새 노선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

운행 주의사항 등이 적힌 세부 노선도를 A 씨 등 '땜빵' 버스기사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답사를 다니며 만들어야 했다.

추가 근무로 휴일을 쉬지 못하는데다 익숙하지도 않은 길을 가끔만 운전하자니 A 씨도 위험하다는 생각에 조마조마한 마음을 쓸어내리기 일쑤다.

"첫 운행을 했는데 세부 노선도를 옆에 놓고 계속 쳐다보면서 갔어요. 계속해서 '나 지금 떨고 있니?'하는 기분이 들고…"

회사는 A 씨에게 하루 추가 근무 수당으로 6만원 가량을 준다. 언제까지 이렇게 운행을 계속 해야 하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 증차·증원 비용 아끼려는 버스 회사들… "위험성은 알지만"

일부 버스 회사들이 이러한 '파행' 운행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회사 측은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경제적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B 여객 관계자는 버스 기사를 충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충원은 하고 있다. 좀 더 충원을 할 계획인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면서 "승객이 하루 평균 30~40%는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앓는 소리'를 했다.

증차 전 운행하던 버스 대수로도 적자를 봤는데 차량을 더 늘리고 기사를 더 뽑으면 경제적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경기도의 C 여객 관계자는 "당연히 기사 분들 입장에서는 틀린 말이 아니다. 하루에 타는 운행 횟수가 있는데 이것보다 더 타게 되면 당연히 힘들 것"이라며 문제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 역시 "'안전'에는 공감하지만, 바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10대를 증차했는데 경영상 많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결국 '안전'을 위해 입석을 금지한다면서 승객과 기사의 안전을 더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안전'을 지킨다는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보완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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