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학생을 성추행 가해자로?'

2014. 7. 15. 09: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산 모 중학교 이해못할 대응 '도마 위', 학부모 "가해학생과 담당 교사들 경찰 고발"

[부산CBS 박중석 기자]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학교 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이 되려 성추행 가해자로 몰려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잘잘못을 가린 뒤에도 가해학생들과 피해학생을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게 하는 등 2차 피해를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아이의 방에 있던 유서와 흉기

부산 사하구 모 중학교 2학년인 A(14) 군의 부모는 지난달 18일 밤, 자녀의 방에 들어갔다가 정신이 혼미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A 군의 침대맡에 흉기가 놓여 있고 컴퓨터에는 유서가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애 엄마가 아이 방에 들어가서는 얼굴이 하얘져서 저를 부르는 거에요. 컴퓨터 모니터에 유서가 쓰여져 있고, 부엌칼이 아이 방안에 있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배를 몇 번을 찔렀는데 들어가지 않더래요. 겁이 나서 그랬겠죠"

침대에 누워 있는 아이를 흔들어 깨운 뒤 눈물로 연유를 물어보니, A 군의 입에서는 또 한 번 부모의 가슴을 짓이기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2학년 들어 반 아이들로부터 수시로 폭행을 당하고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 왔으며, 그 충격에 꿈에서조차 그 아이들이 나와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스파링을 한데요. 우리 아이는 매번 맞는 역할이고요. 2학년 들어 새벽까지 침대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더라고요. 혼도 내고 했는데, 알고보니 눈만 감으면 그 아이들이 나온대요. 잠이 모자라니 학교에서 잠을 잤고, 그러면 아이들이 자기 몸에다가 낙서를 했답니다"

A 군 아버지는 다음날 학교를 찾아 정식으로 이 사실을 알렸고, 일주일 뒤인 6월 26일 교감을 위원장으로 하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다.

학폭위는 A 군에게 지속적으로 폭력을 가한 B 군에게 강제전학 조치를, 또 다른 학생 한 명에게는 특별교육 30시간과 학부모특별교육 4시간, 나머지 5명의 학생에게는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같은 교실에서 접근금지명령?

하지만 학교 측은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가해학생들과 A 군을 10일 넘게 같은 반에서 수업을 받도록 했다.

단지, 담임교사가 가해학생들에게 "A 군에게 가까이 가지 말라"는 접근금지 명령만 내릴 뿐이었다.

부산시교육청이 각 학교에 내려보낸 학교폭력 대책 매뉴얼 중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격리하라는 방안은 온데간데없이 적용되지 않았다.

A 군은 또다시 반 아이들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A 군 아버지는 "그렇게 난리를 쳐 놓고서, 같은 반에서 가까이 가지말라니요. 동물도 그렇게는 안 합니다. 이후로 아이가 주위에서 사람이 다가가는 소리만 들려도 온몸을 떨며 경기를 일으킵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가해학생의 학습권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학교 교감은 "올해 초 교내에서 학교 폭력이 발생해 가해학생을 격리조치했더니, 그 학생 부모로부터 학습권 침해라는 민원이 들어왔다"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을 성추행 가해자로…

더욱이 학교 측은 학폭위가 열린 지 불과 나흘 뒤인 6월 30일 학생들에게 쪽지 설문조사를 거쳐 A 군이 또 다른 학생을 성추행했다며 A 군을 상대로 한 진술조사를 진행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A 군 아버지는 "7월 2일 날 지도교사가 아이를 학생지도실로 부르더니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하라'며 추궁을 하더랍니다. 아이는 유치원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쓰고나서야 지도실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기 전 울면서 저에게 전화를 해서는 '도저히 못다니겠다'고 했습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자 A 군이 '평소 스킨십을 자주 한다'는 내용을 설문조사에 썼던 학생의 부모는 학교 측에 'A 군을 벌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아이가 많이 힘들어 한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매달 말일 하는 설문조사에서 A 군이 '침을 흘리고 스킨십을 많이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어 매뉴얼에 따라 조사를 진행한 것 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 5월까지의 정례 설문조사에서는 A 군의 성추행과 관련한 어떠한 내용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A 군 부모는 "학교 측이 성추행이라는 빌미를 만들어 앞선 학교 폭력 문제를 물타기 하려는 시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때만 조치했어도, 한 달은 덜 맞았을 것 아닙니까?"

현재 A 군은 정신과 치료와 함께 폭행의 여파로 청력이 급격히 나빠진 귀 치료를 받고 있다.

어떻게든 아이를 다시 학교로 돌려보내려던 A 군 부모는 사건 이후 학교 측의 이해 못할 대응에 이제는 한계에 달했다고 말한다.

"아이가 학교에 못가겠다고 한 이후로 속에 숨겨뒀던 나머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자기를 조롱하면 함께 따라 웃던 선생님이 가장 미웠다는 겁니다. 5월달에 다른 반에 가서 아이가 맞아 그 반 학생이 신고를 했는데도, 학교 측은 문제를 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때만 대처를 했어도, 한 달은 덜 맞았을 것 아닙니까?"

최근에는 가해학생들을 폭력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교육청에 학교폭력대책위의 재심을 신청했다.

또, 조만간 해당학교 교감과 지도교사 등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추가 고발할 예정이다.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