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사학비리 의혹]김무성과 수원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2014. 6. 1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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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여권 실세의 증인채택 불발 로비' 논란… 이인수 총장 일가와 끈끈한 인연

"여권의 아주 초강력 실세 의원이 사학비리 증인채택을 불발시키기 위한 로비를 다각도로 하고 있다."

2013년 10월 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에서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감장에 설 증인채택 안건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다. 여야는 사학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사학재단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세울지 말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여권 실세의 증인 불발 로비' 주장은 이러한 와중에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관심이 집중된 고교 역사교과서 논란에 묻혀 이 '실세'의 정체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잊혀지는 듯했다. 이 실세 의원의 정체와 그가 감싸주려 한 사학비리 의혹이 부각되는 데는 그로부터 8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수원대 비리로 학생·교수들 고통 받아

KBS의 고발 프로그램인 < 추적 60분 > 이 '증인채택 로비'의 주인공으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을 지목하면서 의혹과 논란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김 의원은 문제의 사학비리의 핵심 증인인 수원대 이인수 총장을 국감장에 세우지 않게 하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 총장의 증인채택을 막으면서까지 덮고 넘어가려 한 수원대 재단의 전횡을 숨기는 데는 실패한 듯하다. < 주간경향 > 의 취재 결과 이전부터 재단 및 대학 운영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수원대에서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비리들로 학생과 교수 등 구성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물을 마시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수원대 문제의 중심에는 수원대를 움직이는 이인수 총장과 그 일가가 자리 잡고 있다. 이인수 총장은 수원대 설립자인 고 이종욱 총장의 차남이다. 수원대와 수원과학대의 재단인 학교법인 고운학원 이사장 자리에는 이 총장의 부인인 최서원씨가 앉아 있다. 이 총장의 처남인 최형석 교수는 교무부처장을 맡고 있다. 교비회계에 들어가야 할 기부금 50억원이 법인의 수익사업 명목으로 종합편성 채널인 TV조선에 투자된 데에도 이 총장 일가의 혈연이 작용했다. 이 총장의 딸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며느리다.

문제는 단순히 기부금을 법인회계로 전용해 사돈 기업에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교비를 일방적으로 전용한 데 대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자 학교법인은 50억원을 교비회계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 주간경향 > 이 입수한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이 투자로 인한 손실액 규모가 이미 약 3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투자액의 70%가량이 손실을 입은 셈이다. 게다가 법인이 메우기로 한 이 손실액마저도 편법을 써서 마련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며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 이사장은 2011년 7월 '대학발전기금에 관한 사항'이라는 확인서를 감사원에 제출하면서 "최근 5년간 기부받은 대학발전기금 중 60억1417만원은 가능한 한 조속히 수원대학교 회계로 전출해 학교의 시설비, 교육비, 장학금 또는 연구비 등에 사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부금 명목으로 들어온 이 발전기금 중 일부는 교수 및 직원들에게 지급된 명목상의 포상금과 연구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조성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원대 교수협의회(교협)에 따르면 발전기금으로 종편 투자액을 보전하겠다는 학교법인 측의 입장이 나온 뒤인 2012년 '자랑스런 수원대인 상'을 시상하며 교수와 직원 약 100명에게 100만원 이상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그런데 해당 교수·직원이 포상금과 함께 받은 것은 '발전기금 기부약정서'였다. 2013년 3월이 되면서 이 방식으로 모인 발전기금액만 1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교협 관계자는 "이때의 포상금 외에 교내연구비를 교수에게 지급한 뒤 기부 명목으로 회수하는 편법도 잇따랐다"고 밝혔다. "교수들에게는 연구계획서도 심사하지 않고 연구비를 먼저 지급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연구비를 지급한 뒤에는 다시 교수들에게 연구비 일부를 교무부처장(이인수 총장 처남)이 지정해준 재단 계좌에 입금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분리돼 있는 교비와 법인회계를 주머닛돈이 쌈짓돈인 것처럼 편법으로 전용한 셈이다.

교비회계 총장 일가에 의해 좌지우지

사실상 대학과 학교법인을 입맛대로 주무르고 있는 현실을 악용해 총장의 개인사업체에 저리로 은행 대출금을 융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정 건설사가 은행에서 약 365억원을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이 총장이 지급보증을 서면서 4300억원대의 대학 적립금을 담보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교협 관계자는 "강원도 홍천에 골프장을 건설하고 있는 ㈜서주라는 건설사는 자본금이 3억원에도 못 미치지만 수원대 적립금이 예치된 은행에서 365억원을 단기 차입했다"며 "골프장 부지 땅값은 대출금에도 못 미치는데 이 총장이 지급보증을 했기 때문에 예치은행은 요구를 뿌리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서주는 두 은행에서 각각 243억원과 90억원을 단기차입했고, 이 총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라비돌에서 나머지 32억원을 차입한 것으로 돼 있다. 강원도 홍천의 골프장 부지 땅값은 공시지가에 따라 계산하면 28억3000만원에 불과한데도 감사보고서에는 해당 부지가 325억9900만원에 이르는 자산으로 들어가 있다. 부풀려진 땅값만큼의 자산 행방이 묘연한 것이다.

재단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인수 총장과 수원대학교의 전경. | 수원대학교 홈페이지

이 총장 일가와 대학 측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술품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영수증도 없이 회계처리를 하는가 하면, 교내 미대 교수들로부터 기증 형태로 미술품을 증여받은 정황도 발견됐다. 교협이 제공한 수원대 미술품 목록을 보면 2011년 감사원 감사 전까지만 해도 1000점 이상 보유하고 있던 미술품들이 감사원 감사 당시 적발된 이후로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교협은 "착공도 하지 않은 이공대 건물에 로비 전시용 미술품으로 9억8000만원을 지출했고, 수원과학대 컨벤션센터의 조형물도 교비로 11억원이나 지불했는데 영수증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미술품들은 감사에 대비해 대학이나 학교법인과는 무관한 총장 소유 사업체인 리조트와 빌딩 등지로 이동시켜 보관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운영을 위해 사용돼야 할 교비회계가 총장 일가에 좌지우지되면서 그 피해는 수원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지난해 7월에는 수원대 학생들이 대학 측이 쌓아둔 적립금을 돌려달라며 등록금 환불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수원대 등록금환불추진위 학생 88명은 이 총장과 최 이사장, 학교법인 고운학원을 피고로 1인당 100만~200만원을 환불청구했다. 수원대의 적립금은 약 4300억원으로 학교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예산 대비 적립액이 전국 1위, 총액 기준 4위에 달한다. 하지만 등록금 중 인건비 비율은 39.4%에 그쳐 60%대인 평균치에 비해 크게 낮고 연구학생경비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25.9%로 평균 38.7%에 미치지 못했다. 나머지 등록금이 대부분 대학 적립금으로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김 의원 딸 교수 임용시기 두고도 '뒷말'

해마다 쌓이는 거액의 예산을 총장 일가의 뜻에 따라 전용하는 일들이 벌어졌음에도 감사원이나 교육부 등의 시정조치가 형식에 불과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여권 실세'인 김무성 의원의 증인채택 불발 로비가 가능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총장 일가의 끈끈한 인맥이 뒷받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총장의 사위인 방정오 TV조선 마케팅실장은 김 의원의 고종사촌이다. 김 의원의 장인인 고 최치환 전 의원은 수원대 학교법인 고운학원의 이사장을 역임한 고 문학동 이사장과 경찰 및 재향경우회 재직 시절 인연으로 얽혀 있다. 문 전 이사장은 2000년 수원대 최초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설립자인 이종욱 전 총장과도 각별한 관계였다. 문 전 이사장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양가의 관계는 문 전 이사장의 자서전에서 최 전 의원과 이 전 총장과의 인연을 상세히 써놓았을 정도다.

김 의원의 딸인 김모 교수의 수원대 디자인학과 채용을 두고 의혹이 불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2년 1학기부터 수원대에서 시간강사로 강의를 맡고 있던 김 교수는 2013년 2학기부터 전임교원인 조교수로 임용됐다. 김 교수의 임용시기가 김 의원이 무마한 이 총장의 국감 출석 직전이라는 점 때문에 임용과정에서도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게다가 2학기 강의 시작일은 8월 26일인데, 김 교수에 대한 임면권을 갖고 있는 재단 이사회 회의가 열린 것은 그로부터 사흘 뒤인 8월 29일이었다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킨다. 김 교수가 정식으로 교수 임용이 확정되기 전부터 총장의 결정이 있었고, 이사회에는 사후 통보해 결재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처음 의혹을 제기한 < 추적 60분 > 에 딸의 교수 임용 의혹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대응하던 김 의원은 방송이 나가고 난 뒤 6월 8일 있은 새누리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딸의 교수 임용과정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수원대 관계자 역시 "정당한 임용과정을 거친 뒤 임용된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교협은 '국감 직전'이라는 시기상의 우연 외에도 김 교수의 임용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들이 여럿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교협 측은 8월 26일인 개강보다 한 달 남짓 앞둔 7월 15일에 공고가 난 뒤 접수기간도 3일에 불과했다는 점을 들며 2009학년도 교원 채용과정에서는 약 4개월 전 모집공고를 내고 한 달간의 접수기간을 뒀던 사실을 언급했다.

김 의원의 해명처럼 김 교수는 "대학평가기관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학교를 나온 인재"이기도 하지만 '여권 초강력 실세 의원'의 딸이기도 하다. 김 교수가 수원대에 들어간 비결이 두 가지 이유 중 과연 무엇 때문인지는 아직 의문부호로 남아 있다.

<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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