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 물 빠지자, '한강물'로 가리고 아웅?

정희상 전문기자 2014. 5. 22. 10: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석촌호수의 수위는 4.1m에서 5m 정도로, 갈수기에 잠시 수위가 내려갔을 뿐 현재는 정상 수위인 5m 수준을 회복했다." 5월13일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의 안전 실태를 점검하러 간 박원순 서울시장 일행에게 롯데건설의 한 간부가 이렇게 브리핑했다.

그러나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제2롯데월드의 터파기 공사가 시작된 이래 석촌호수 수위가 급속도로 내려가(수량 15만t 유실) 지반 침하와 건물 붕괴 위험에 대한 각계의 우려가 높아지자, 롯데 측이 한강물을 대량으로 끌어다 인위적으로 만수위인 5m 안팎에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 시사IN > 은 서울시와 송파구로부터 입수한 '석촌호수에 투입 되는 연도별 한강물 수량 자료'를 살펴봤다. 제2롯데월드 최종 건축허가가 나기 전인 2010년 11월에는 37만6000t이었던 수량이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2011년에는 47만t, 2012년에는 66만2000t, 2013년에는 94만t으로 해마다 급격히 늘어났다.

ⓒ연합뉴스 제2롯데월드 터파기 공사가 시작된 이후 석촌호수(위)에 대량 물빠짐 현상이 나타났다.

석촌호수 소유 주체인 송파구청은 지난해 급격한 호수 물빠짐 현상에 놀라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당시 조언한 건국대 박종관 교수(지리학과)는 "제2롯데월드 공사 중 지하수가 가득 찬 수맥을 건드렸고, 수맥에서 대량의 물이 빠져나가면서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해 석촌호수 물이 대거 유입됐다고 판단되었다. 송파구청에 전문가들로 모니터링 팀을 꾸려 지하수위 변동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추적할 것을 권고했다"라고 말했다.

석촌호수의 대량 물빠짐 현상이 주변 건물의 붕괴 가능성 등 심각한 안전 위협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서울시에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긴급 자문을 했다. 그 결과도 제2롯데월드 지하 공사가 근처 지하수위 변동에 영향을 미쳐 석촌호수 수위가 급격히 낮아졌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쪽으로 나왔다.

서울시는 송파구청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송파구청은 원인 제공자인 롯데 측과 협상에 나서 지난 4월30일 롯데로부터 3억원의 긴급진단 용역비를 받았다. 송파구청의 한 관계자는 "당초 석촌호수 물빠짐이 자연증발 현상일 뿐 제2롯데월드 공사와 상관없다고 주장하던 롯데건설에서 1억5000만원, 석촌호수의 기존 물관리 업체인 롯데월드에서 1억5000만원씩 각각 부담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송파구청은 석촌호수 수위 변화의 원인 규명과 수질악화 개선책 마련을 위한 정밀진단 용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관 교수는 "전문가 용역 진단을 하더라도 한강물을 계속 채워넣게 되면 제2롯데월드 공사가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가만히 놔둔 상태에서 석촌호수 수위와 지하수에 어떤 변동이 생기는지 1년 정도 정밀 추적해 분석하는 게 옳다"라고 말했다.

정희상 전문기자 / minju518@sisain.co.kr

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Live - [ 시사IN 구독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