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TX 열차 70대 중 41대에 우둘투둘한 바퀴.. 사고 우려"

박철응 기자 2014. 5. 20. 06: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조 "표면 안 깎은 '미삭정 바퀴' 140축 운행 중"
"코레일, 사고 나면 책임지겠다며 운행 계속 지시"

철도노조가 "운영 중지"를 요구할 정도로 차륜과 차축은 열차 안전의 핵심이자 기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삭정(깎아내 평평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한 차륜이 크게 늘었는데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채 운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KTX 전체 70대 편성(열차) 중에 41대의 편성에 미삭정 차륜이 설치된 것으로 노조는 파악했다. 이후 호남선에 새로 투입되는 차량 등에서 보완 작업을 벌였지만 아직도 140축가량의 미삭정 차륜이 궤도 위를 달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측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은 지난달 23일 "최근 차륜 삭정 대상 편성 증가에 따른 차륜 및 윤축조립체의 적기 공급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나 관리주체 불명확, 생산성 저하, 기초자료 관리 미흡 등으로 열차 운용률 및 안전운행에 지장이 예상된다"며 관계자 회의를 열었다. 삭정해야 하는 차륜의 '편성'을 전제한 것으로 읽힌다. 관계자 회의 결과, '미삭정 차륜을 최단 시일 내 해소할 수 있도록 차량 운용 패턴을 마련'키로 하고 '주중, 주말, 주야간 등 편성 유치 계획을 작성하여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12일 0시50분쯤 경북 의성군 비봉역 인근에서 울산을 출발해 강원도 만종역으로 향하던 화물열차가 탈선해 철로 위에 세워져 있다. 당시 차륜 훼손이 사고원인으로 지목됐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노조는 지난해부터 미삭정 차륜의 개선책을 요구해왔다. 정비단 조합원들이 소속된 철도노조 고양고속차량지부는 지난해 11월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장에게 공문을 보내 "미삭정 차량에 대해 빠르게 해소하고, 미삭정 차량 출고 시 관계자 확인서 제출 후 출고한다"는 내용을 요구했다.

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삭정 차량이 이례적으로 크게 늘면서 정비 업무를 하는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매우 커졌다"며 "회사에 조속한 조치를 촉구하면서, 만약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책임 소재 여부라도 분명히 해달라는 요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구두로 "책임질 테니 내보내라"며 계속 미삭정 차량을 운행시켰다는 것이다.

미삭정 차륜 문제는 2012년 감사원의 'KTX 운영 및 안전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서도 지적됐다. 당시 감사원은 "장시간 궤도를 운행하면 차륜 간 접지력 차이 등에 따라 편마모가 발생한다"면서 "기준치를 초과하기 전에 드롭테이블(차륜과 차축을 차체와 분리하거나 부착하는 설비)을 사용해 삭정 등 정비를 해야만 하중 불균형에 의한 차체 진동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차체 진동이 심하면 차륜의 궤도 이탈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드롭테이블이 부족해 2011년 7월14일부터 8월8일까지 KTX 9편성이 삭정 기준을 초과한 채 운행됐다. 특히 차륜에 흠집이 발생하고 직경이 사용한도에 도달해 차축 교환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하고서도 그대로 운행토록 해 그해 8월8일 진동 발생으로 정차하는 운행 장애 사고가 났다. 동일한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지금까지 반복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삭정기와 정비 인원의 추가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철도파업 기간 중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중앙선 화물열차 탈선 사고는 차륜 파손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KTX산천 일부에서 차륜과 객차 하부가 접촉돼 손상된 사실이 발견되기도 했으나 정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차륜을 이어주는 차축의 안전도 비슷한 상황이다. 차축은 열차 운행 중 자갈이나 이물질이 튀어 균열이 생길 수 있으므로 표면에 테로텍스라는 물질을 바른다. 바른 테로텍스가 갈라지거나 파손되면 차축이 파손되거나 부식될 수 있다.

2011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는 징후고속철의 대규모 리콜 조치는 차축의 균열 때문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노조는 손상된 테로텍스의 일제 교환을 안건으로 협의했지만 회사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관리 기준 이하의 차륜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다만 관리 기준에 근접한 차륜에 대해서는 우려할 수 있다"면서 "테로텍스도 균열이 미미하면 실리콘으로 도포해 테이프를 붙여 운행하며 차축 보호에 영향이 있으면 정비기지에 입고해 즉시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