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사장 "사퇴 못해".. KBS 격랑

2014. 5. 20.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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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보도·인사 개입 논란으로 사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KBS의 내홍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KBS 길환영 사장은 19일 "(김 전 국장의 사퇴 문제에 대해) 대통령, 청와대의 뜻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사퇴 불가 입장을 밝혔다. 기자들의 제작 거부로 이날 메인 뉴스인 밤 9시 뉴스는 20분만 방송됐고 밤 11시30분 뉴스라인은 방송되지 않았다.

길 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KBS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신임했던 김 전 국장에 대해 유족들의 (사퇴) 요구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KBS와 사회를 살리기 위해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했을 뿐"이라며 "청와대의 지시라며 김 전 국장에게 사퇴를 지시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에서 보도 관련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못 박았다. 기자회견은 일부 언론사만 대상으로 비밀리에 이뤄졌다.

길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사퇴를 얘기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KBS가) 위기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수습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안고 있는 극심한 경영 위기 등의 문제도 이번 기회에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길 사장은 "좌파 노조에 의해 방송이 장악되는 것을 막겠다"는 거침없는 발언도 쏟아냈다.

KBS 구성원들의 반발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와 KBS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길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시작했다. 오전 9시15분쯤 도착한 길 사장의 승용차를 막는 과정에서 노조원 200여 명과 안전요원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길 사장의 차량 앞 유리창이 심하게 파손되기도 했다. KBS 기자협회는 길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오후 1시쯤 제작 거부에 돌입했다. 취재기자 210명, 촬영기자 75명 등이 속해 있는 KBS 전국기자협회도 오후 6시부터 제작 거부에 동참했다.

KBS PD협회도 "사장이 퇴진하지 않으면 제작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앵커, 라디오국 소속 노조원, PD 팀장, 전국지역보도부장 등도 길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KBS 이사회 야당 추천 이사 4인은 이날 KBS 이사회에 '길환영 사장 해임 제청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안건을 통해 "길 사장이 KBS의 독립성을 지켜야 하는 최고 책임자임에도 오히려 독립성을 스스로 침해하는 범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KBS는 21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길 사장 해임제청안의 상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KBS는 이날 오후 이세강 보도본부 해설위원을 신임 보도본부장으로, 박상현 보도본부 해설위원을 신임 보도국장으로 임명했다. 전임 백운기 국장이 임명된 지 일주일 만이다. KBS 관계자는 "인사는 사장 결정이라 설명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내부 관계자는 "백 국장이 먼저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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