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근 일가 '복지 재벌'로 떵떵거리고 산다

안성모·김지영 기자 2014. 5. 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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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인권 탄압을 저지른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 가족은 지금도 부산·경남 지역에서 '복지 재벌'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시사저널이 박 원장 일가의 재산을 추적한 결과 가족 대부분이 사회복지 관련 재단이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둘째 딸의 남편이 울산에서 빌딩을 소유한 채 정신과병원을 운영 중인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또 넷째 딸의 남편이 사회복지법인 대표이사를 맡아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 원장의 자녀는 3남4녀로 파악됐다. 형제복지원의 후신인 사회복지법인 '느헤미야'(재단)는 셋째 아들인 박천광씨가 물려받았다. 박씨는 2011년 1월 사임한 아버지 대신 재단 대표를 맡았다. 해당 법인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올해 2월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재단 운영의 실질적인 권한은 여전히 박씨가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내부 사정에 밝은 복수의 인사들에 따르면 첫째와 둘째 아들의 경우 상속 경쟁에서 동생인 셋째 아들에게 밀려 재단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박인근 원장의 첫째 딸이 대표를 맡았던 사회복지법인 신양원에서 운영 중인 김해시 소재의 대안학교. ⓒ 시사저널 박은숙

느헤미야 재단은 부산을 비롯한 영남 일대에 상당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출금을 갚지 못해 대부분 가압류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 사상구 괘법동에 위치한 사상해수온천은 재단의 대표적인 수익 사업이었다. 대지 2필지 4006㎡에 5층 건물로 이뤄져 있는데 재단은 이 온천의 리모델링을 명분으로 2005~2009년까지 부산 저축은행으로부터 118억원을 대출받았다. 현재 142억200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으며, 부산지방법원이 지난해 10월 임의경매 개시를 결정했다.

재단이 운영 중인 '실로암의 집'을 이전하겠다고 밝힌 부산시 북구 덕천동 임야 2만6087㎡와 인근 대지 1252㎡도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과 울산지방법원으로부터 가압류된 상태다. 울산시와 경주시에 위치한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울산시 북구 정자동 일대 4필지 6289㎡와 산하동 일대 2필지 4178㎡, 구유동 3003㎡도 울산지방법원에 가압류돼 있다. 경주 양남면 상라리 일대 2필지 8만7339㎡는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과 울산지방법원 두 곳에서 가압류 결정을 내린 상태다.

박인근 원장의 넷째 사위가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진 노인요양원. ⓒ 시사저널 박은숙

2000년대 들어 부동산 대규모 매각

시사저널이 부산시로부터 확보한 재단의 부동산 목록 가운데 실로암의 집만 그나마 온전하게 남아 있다. 개인에게 3000만~1억2000만원, 한국전력공사와 부산도시가스에 5000여 만원씩의 채무가 있어 가압류돼 있지만 해당 부동산 가격이 72억원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2011년 11월 한국감정원은 이들 부동산의 총 가치가 221억2000여 만원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재단은 2000년대 들어 상당량의 부동산을 팔아치웠다. 2001년 7월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일대 10필지 1만329㎡ 대지를 울산시 강남교육청에 3억9000여 만원의 보상금을 받고 매각했다. 2001년 12월에는 당시 실로암의 집이 있던 부산시 사상구 주례동 대지 2만9012㎡와 건물을 한 지역 건설사에 223억8000여 만원을 받고 팔았다. 이어 2009년 6월에서 9월까지 부산시 강서구 대저1동 일대 8필지를 21억5000여 만원에 매각하고, 2011년 12월에는 부산시 사하구 장림동에 위치한 5층짜리 레포츠센터를 한 인테리어 업체에 48억2000여 만원을 받고 팔았다.

그런데 재단이 이런 식으로 부동산을 매각한 돈이 박 원장의 자녀들에게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시가 2012년 8월에 실시한 특별점검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일부 드러났다. 대저동 토지와 레포츠센터 매각 대금 48억2000여 만원 가운데 박 원장 개인 용도로 3억7000만원이 빠져나갔고, 둘째 사위인 김 아무개씨 소유 빌딩의 상환금을 지원하는 데 10억8000여 만원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박인근 사위들, 노인요양원·정신과병원 운영

박 원장의 첫째 딸은 사회복지법인 신양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8월 설립된 신양원은 2008년 8월부터 박인근 원장이 직접 대표이사를 맡다가 2010년 12월부터 2012년 8월, 2013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박 원장의 큰딸이 대표이사를 맡았다. 신양원은 경남 김해시 생림면에 위치한 대안 위탁 교육기관인 신영중·고등학교와 샘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목사인 남편 김 아무개씨도 학교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둘째 딸의 경우 의사인 남편 김 아무개씨가 울산에서 정신과병원을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병원은 13층 규모의 빌딩에 들어서 있는데 이 빌딩의 소유주가 김씨였다. 해당 건물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씨가 이 빌딩을 매입한 것은 2006년 5월이었는데, 복잡하게 얽혀 있던 채권 관계가 정리돼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것은 2009년 7월 말이었다. 재단의 대저동 토지 대금 중 일부가 이 빌딩의 상환금으로 쓰였다는 부산시의 특별점검 결과와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다. 셋째 딸 부부는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한 레포츠센터를 운영하는 등 해외 부동산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넷째 딸은 한동안 실로암의 집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시사저널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기장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실로암의 집 점검 결과' 문서를 보면 2012년 9월에 실시한 점검에서 '법인 대표이사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를 운영위원회 등을 통한 공개 채용 절차 없이 채용한 점이 부적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넷째 딸이 사회복지 관련 전문 지식이나 자격이 없는데 특채로 고용했다가 기장군청의 점검 때 걸렸다"고 밝혔다. 이 인사는 "실로암의 집이 이전하게 되면 넷째 딸이 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넷째 딸의 남편은 부산에서 한 사회복지법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 아무개씨로 알려졌다. 이 재단은 정신요양원·노인요양원·건강센터·노숙인쉼터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재단의 지난해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 4곳의 정부 보조금이 34억3000여 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의 경우 이 재단을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업의 경우 장인인 박 원장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안성모·김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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