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도 나는 판에..'층간 소음'까지 규제 완화

2014. 4. 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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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토부·환경부 11일 새 기준 입법예고

분쟁조정위 현재 기준보다 3㏈ 높아

실제 소음차이는 두배 가량 달해

'위층 아이들 아무리 뛰어다녀도

그냥 견디라는 것' 비판

최근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분쟁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10일 지금까지보다 훨씬 완화된 새 층간소음 기준을 법적 기준으로 제시했다. 생활수준 향상에 맞춰 환경기준도 강화해온 추세를 거스르는 퇴행적 조처라는 비판이 많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10일 "아파트나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에서 지켜야 할 생활소음의 최저기준을 담은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에 관한 규칙'을 마련해 11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안은 아이들이 뛰거나 가구를 끄는 등 방바닥에 직접 충격을 가해 발생하는 층간소음과 관련해 1분간 측정한 소음의 평균치인 '1분 등가소음도(Leq)' 기준으로 주간 43㏈(데시벨), 야간 38㏈, '최고소음도'(Lmax) 기준으로 주간 57㏈, 야간 52㏈을 설정했다. 연립주택·빌라 등 아파트 이외의 공동주택과 충격음 성능 기준이 도입되기 전인 2005년 6월 이전에 사업 승인을 얻은 아파트에는 여기에 5㏈씩 더 완화해 적용하도록 했다.

입법예고된 직접충격 소음 기준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국제 소음 기준과 국내 층간소음 분쟁 현장 실측 결과 등을 바탕으로 2월부터 분쟁 조정에 적용하고 있는 기준치(1분 등가소음도 주간 40㏈, 야간 35㏈)보다 3㏈씩 완화된 것이다. 1분 등가소음도 40㏈은 최근 지어진 아파트에서 7살 미만 어린이가 1분에 10초가량씩 뛰어다닐 때 발생하는 소음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소음관리지침'은 주거지역 실내에서는 밤 시간대에 소음이 30㏈을 넘으면 수면에 방해를 받고, 주간에는 35㏈이 넘어서면 대화에 방해를 받을 정도의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층간소음 분쟁 조정 실무를 담당해온 환경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소음도는 로그 척도로 올라가기 때문에 3㏈의 소음도 차이는 체감 소음량으로 따지면 두배가량 된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환경부가 새로 제시한 기준이 법적 기준으로 확정되면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지금까지보다 갑절가량 큰 소음을 견뎌야 한다. 특히 5㏈의 추가 소음까지 인정되면 지금까지 피해배상을 받을 수 있었던 층간소음 피해 상당수가 법적 보호망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정부가 층간소음 분쟁 관리를 포기하고 시민들한테 '그냥 견디거나 알아서 해결하라'고 떠넘기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소음진동기술사회 박영환 층간소음위원장은 "층간소음 분쟁 현장에서 측정해보면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1분 등가소음도 주간 기준치 40㏈을 넘는 곳은 7곳 가운데 2곳꼴밖에 안 된다. 43㏈에 5㏈ 추가 완화까지 적용하면 48㏈이 되는데, 이렇게 되면 위층에서 아이들이 마구 뛰어다녀도 기준치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김법정 생활환경과장은 "분쟁조정위의 소음 기준이 너무 전향적으로 강하게 설정됐다는 지적이 있어 현실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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